이 한 편의 詩 5730

여름날의 풀꽃 /初月 윤갑수

여름날의 풀꽃   /初月 윤갑수가뭄에 허덕이다 널브러진 풀잎들물벼락 맞은 대지는 고된 날들을씻기우듯 가슴에 쌓인 설움을 떨군다.아침햇살에 그만 주눅이 들어가슴 저미우던 한 여름날의 초원날갠 뒤 들녘엔 앞 다퉈 대나무자라듯 삐쭉삐쭉 하늘 향해 예쁜미솔 짓는다.한 여름날 망초 꽃들이 밤하늘을수놓은 작은 별처럼 세상에잔별이 되어 하늘거리고 살랑 이는 바람에 여우별이 된행운의 크로버 꽃이 긴 목 내밀어하얀 얼굴 드리우니 임의 눈길그대 마음에 머무네.

이 한 편의 詩 2024.07.22

장맛비 애가(哀歌) /임재화

장맛비 애가(哀歌)   /임재화  아직도 눈물이 마르지 못하였나요온종일 쉴 틈 없이 내리는 빗줄기가곱게 핀 백일홍 꽃잎에 하염없이 내리는군요. 아직도 슬픔이 채 사라져 버리지 못해저렇게 종일토록 서럽게 울고만 있네요. 쉼 없이 내리는 장맛비를 맞으며배롱나무에 화사하게 피어난 백일홍꽃이차마, 해맑은 분홍빛으로 수줍어하며 살며시 어루만지는 임의 손길에마냥 어찌할 줄 몰라서괜스레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아직도 깊은 가슴에 북받친 설움으로하염없이 하염없이 울고 있네요. 촘촘히 그물처럼 내리는 빗방울 사이로참새 떼, 배가 고픈지 무리 지어서포로로 날갯짓하며방울방울 젖어있는 풀잎 사이로 날아갑니다. 솔숲에서도영롱한 물방울이 솔잎에 반짝 매달려있고대숲에서도 이슬 같은 빗줄기는 댓잎 위에서은구슬처럼 또르르 굴러 내립..

이 한 편의 詩 2024.07.17

한여름 밤의 꿈 /정아지

한여름 밤의 꿈  /정아지  잠든 산자락 덮고여름 밤은 꿈을 꾼다숨죽여 흐르는 계곡물 소리정적 고요 평화를 만끽하기에는한여름 밤은 짧기만 하다먹빛 어둠, 가지마다 별 등 켜고보금자리 튼 산새꿈꾸며 요동치는 몸 위로별똥이 우수수 쏟아진다잊어야하는 순간에도 잔영으로 남아못 잊게 만든현실을 가로 채 버린 판타지그 딜레마에 빠져한여름 밤, 꿈이 허덕거린다

이 한 편의 詩 2024.07.13

칠월의 향기 /송영희

칠월의 향기   /송영희  날마다 커지는 잎새들 사이로이름모를 새 소리가 시린 여름 한나절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낙비에노을빛 그리움을 싣고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칠월의 향기 청포도가 익어 가는 칠월엔치자꽃이 하얗게 피고능소화의 꿈을 키우고 익어진 세월뒤로흑백 사진 속 옛 친구 얼굴이 떠오르네 내 가슴에 피는 고운 사람아그곳에도 비가 내리나요바람에 나부끼는 저 잎새 들은내 마음을 아시런가 어스름 저녁 바람 서늘한데때 이른 풀벌레 소리에시린 계절이 지나가네

이 한 편의 詩 2024.07.12

보고 싶은 사람 /정채균

보고 싶은 사람  /정채균잘 있느냐, 별일 없느냐안부 묻고 싶은데그립고 수줍은 마음은그림자로 항상 따라만 다녀요그동안 내가 궁금하고보고 싶지 않았냐는 투정으로그저 바라보며 웃고 싶어요상처 입은 영혼 위로받고다시 일으켜주는그대 마주하여화려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은하늘 닮은 순수한 모습을내 가슴에 심었으면 해요

이 한 편의 詩 2024.07.11

한여름 밤 그리움 /大元 채홍정

한여름 밤 그리움   /大元 채홍정  희미한 초승달이 별 숲에 갇혀 졸고가끔씩 운석 행렬 길 잃은 별똥별들반딧불 깜박 지새며쏟아지는 여름밤 어머니 팔베개에 못 다한 옛 얘기꽃별빛도 아스라이 멍석 위 같이 누워정겨움 한 뼘씩 자라살몃살몃 쌓인 밤 길섶에 터줏대감 수줍던 달맞이야달콤한 그 속삭임 은하수 정갈 따라또 언제 한껏 나뉘랴사무치는 그날이

이 한 편의 詩 2024.07.08

칠월의 향기 /송영희

칠월의 향기  /송영희  날마다 커지는 잎새들 사이로이름모를 새 소리가 시린 여름 한나절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낙비에노을빛 그리움을 싣고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칠월의 향기 청포도가 익어 가는 칠월엔치자꽃이 하얗게 피고능소화의 꿈을 키우고 익어진 세월뒤로흑백 사진 속 옛 친구 얼굴이 떠오르네 내 가슴에 피는 고운 사람아그곳에도 비가 내리나요바람에 나부끼는 저 잎새 들은내 마음을 아시런가 어스름 저녁 바람 서늘한데때 이른 풀벌레 소리에시린 계절이 지나가네

이 한 편의 詩 2024.07.06

백합꽃 향기 /문태성

백합꽃 향기  /문태성오뉴월 순결을꽃주머니에 담아 기다렸다가참지 못하고 분출한 사랑.나팔관 열어 꽃술 눈썹 그리고구불린 파마 머리 뒤로 젖히어백옥 순살을 내민 젖가슴 유혹.연록의 구중심천 속살 보여천상 언어로 연민을 토하려뿜어 내는 자태에 심취해 보노라면.바람에 흔들려 천만리를 오가며육대주 세상에 순백을 뿌려대는피운 꽃보다 더 진한 백합꽃 향기.

이 한 편의 詩 2024.07.04

장마 / 안상학

장마  / 안상학​세상 살기 힘든 날비조차 사람 마음 긁는 날강가에 나가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 보면저렇게 살아 갈 수 없을까저렇게 살다 갈 수 없을까이 땅에 젖어들지 않고젖어들어 음습한 삶내에 찌들지 않고흔적도 없이 강물에 젖어흘러 가버렸으면 좋지 않을까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처럼이 땅에 한 번 스미지도뿌리 내리지도 않고무심히 강물과 몸 섞으며그저 흘러흘러 갔으면 좋지 않을까비조차 마음 부러운 날세상 살기 참 힘들다 생각한 날강가에 나가 나는​- 안상학,『오래된 엽서』(천년의시작, 2003)

이 한 편의 詩 2024.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