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5730

7월의 기도 / 김덕성

7월의 기도 / 김덕성주님! 7월에는뿌린 씨앗이 익어가게 하소서알맞은 비와 태양열을 내려과일마다 빨갛게 영글게 하소서서로 사랑을 나누게 하소서나눔으로 웃음이 피어나게 하시고사랑으로 베풀며 하나 되어화목으로 사는 이웃이게 하소서번영하는 나라이게 하소서유리 같은 햇살이 평화로 흘러낮은 자세로 이해하며 양보하여은혜로운 나라 되게 주소서행복한 가정이게 하소서부모 형제 사랑 가득하게 하시고도란도란 정답게 대화 나누는정겨운 우리 집이게 하소서초록향기가 머무르게 하소서우리의 삶이 알갱이처럼 다듬어아름다운 시간으로 성숙되어희망으로 축복받는 7월이게 하소서

이 한 편의 詩 2024.07.01

장밋빛 스카프 이야기 / 김왕노

장밋빛 스카프 이야기  / 김왕노 ​장미의 축제 기간이 오면 누구나 장미에 대해 말해장미 빛깔마다 다른 꽃말에 대해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릴케에 대해 이야기하고그런데 나는 란 노래에 대해 이야기한다.사랑을 할 때마다 백만 송이 장미가 핀다는 그 먼 별나라에 대한이야기도 좋지만 전방에서 함께 군 생활 한 대학교 리드싱어였던경호가 잘 부르던 노래, 그러나 차량 전복 사고로 전방에서 죽은경호 이야기, M16을 기타 삼아 부르던 경호의 ​내가 왜 이럴까. 오지 않는 사람을 부르면경호가 살아 돌아올 것 같아지금은 틈틈이 내가 부르는 노래, 눈물의 노래​- 김왕노,​『백석과 보낸 며칠간』(천년의시작, 2022)

이 한 편의 詩 2024.06.29

외로울 때 혼잣말은 치유다 /박종영

외로울 때 혼잣말은 치유다  /박종영고독이 아닌 외로움이 사무치고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나를 발견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고민을 통해서 성숙해지는 것입니다.혼자 느끼는 불안한 외로움이 일 때지난날 그리움이 찾아와 진솔한 감정을소리 내어 대답하라고 얼리면 얼마나 좋을까를기대하는 것은 비울한 바램입니다.사람은 생각하는 대로 살아가며 생각하지 않고살아가면 살아가는 대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바라보아 아름다운 것은 감탄해야 합니다그 미색의 조화는 우리가 모르는 세월을기쁨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어머니가 나물을 다듬으며 중얼거리는 흥타령은자식들 어느 누구와도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간절한 기다람의 사랑을 원하는 세월의 노래입니다.당신도 외로울 때 혼자 중얼거려 보십시오문득 잊혀진 이별의 아픔이 찾아..

이 한 편의 詩 2024.06.20

유월이 가기 전에 /하영순

유월이 가기 전에   /하영순  유월이면 할 말이 많아수 없이 뱉어 내고 뱉어 내었지만그래도 못 다한 이야기가 있어밤잠을 설친다.6 25 전쟁 그해는 나락 논에나락이 검게 잘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얼마나 사람이 많이 죽었으면사람 죽어 썩은 물이 내려와서 거름이 되었다는웃을 수 없는 이야기중공군의 인해 전술그들도 죽고 유엔군도 많이 죽었다미군은 우리 도우려 와서 죽고중곤군은 우릴 죽이려고 와서 죽고참 아이러니 한 것은그 중국에 목메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그리고 미군 물러가라 외치는 사람역사 시간에 뭘 가르쳤을까유월이 가기 전에 이 말이 하고 싶어까만 밤을 하얗게 보내고 있다.

이 한 편의 詩 2024.06.18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 류시화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 류시화 ​너였구나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슬픔, 너였구나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날이 저물기 전에서둘러 이 겨울 숲을 떠나려고 했었다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다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여기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만또 그대로인 것이 있다한때 이곳에 울려 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지금 어디에 있는가나무들 사이를 오가던 흰 새의 날개 같던그 눈부심은박수 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너였구나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서리 묻은 나뭇가지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너였구나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서둘러 말을 타고 겨울 숲과 작별하려 했었다그..

이 한 편의 詩 2024.06.17

6월에 띄우는 엽서 /오선 이민숙

6월에 띄우는 엽서   /오선 이민숙  한 생 중턱쯤 걸터앉은 당신그대 중년이여 절반의 책임으로앞도 보고 뒤도 돌아보아야 합니다 실패한 인생이라고 누가 그랬나요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은 당신입니다 성공한 인생이라고 했던가요너무 일찍 축배의 잔을높이 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대 실망하지 말아요그대 샴페인을 터뜨리지 말아요그저 절반의 책임과 임무를완성했을 뿐입니다 벌레들이 푸른 잎맥을 갉아먹어도잎잎이 단풍으로 물들 때까지푸르른 마음 한결같아야 하고더 센 폭풍에도 뿌리를 지켜야 합니다 단비를 받아 어린 나무를 살 찌우고질풍노도 속에 힘 잃은 나무도두 팔로 끌어 앉아 수액을 나누며탐스러운 열매가 맺힐 때까지잡고 있는 젖줄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푸른 힘이 넘치는 중년의 나이6월이니까요

이 한 편의 詩 2024.06.14

고사리 밭 / 김명인

고사리 밭  / 김명인 ​웃자라 활짝 핀 고사리를 며칠째 베어 낼 때부드러움에 감칠맛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척추를 세우기도 전에 이 노동은 질겨진다이슬로도 축이며 풀은 쇠는 것이어서고사리 밭 가운데서 푸드덕 꿩이 난다유월의 고사리는 맹금의 부리를 지녔다잡목을 몰아낸 승자의 터전으로비탈을 덮어쓰고도 독초처럼 진심을 감춘다사내들이 뱀이 많다는 고사리 밭을 가로질러 간다바닥째 들썩이는 피복의 힘,이 산등은 오래전부터 단장의 피 울음에 절었다​- 김명인,『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민음사, 2015)

이 한 편의 詩 2024.06.12

여름 다저녁 때의 냇둑 걷기 /고재종

여름 다저녁 때의 냇둑 걷기  /고재종  이윽고 바람결 푸르게 일자냇둑의 패랭이꽃 메꽃 부푼다멀대 같은 쑥대며 개망촛대 흔들린다진종일 백열의 혼몽 속에서 시달린들과 마을과 산과 하늘이여이윽고 바람결 푸르게 일자냇둑의 미루나무 잎새 살랑거린다억세게는 무성한 억새잎 스적인다나 같은 건 마음 뿌리까지 설렌다그때마다 내 넋을 수시로 들고 나는저 흔하고 순수하고 질긴 것들이여어느 순간 냇둑에 우뚝 서서노을 부서져 반짝이는 냇물을 본다냇물의 유유한 흐름을 본다거기 늦게까지 물장구치는 아이들과미루나무 끝에 걸리는 함성을 듣는다나 같은 건 휘파람까지 불어댄다그리움, 그리움, 그리움이여이때쯤 황혼 속으로 새떼는 날아가고때마침 뙈기밭에서 첫물 고추를 딴여인은 냇물에 뜨건 발을 담근다그 옆에서 옴쏙옴쏙 풀을 뜯던흑염소들은 ..

이 한 편의 詩 2024.06.09

고향의 유월 /돌샘 이길옥

고향의 유월   /돌샘 이길옥  고향의 유월은은밀한 연애로 뭉개진보리밭 한쪽 귀퉁이에다까칠한 햇볕을 널면서 시작되었다. 싱싱하고 풋풋한 철부지들의불장난으로 뭉개진 곳이든지 黑心에 중독된외간 남녀의 뜨거운 불길에수난을 당한 곳이든지 고향의 보리밭은해마다 만신창이 되어소문의 비밀을 감춘 채파삭파삭 익어가고 있었다. 보따리를 싸거나야반도주를 공모한유월의 보리밭은고향의 전설이다.

이 한 편의 詩 2024.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