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anor(莊園)

봄의 단상(短想)

뚜르(Tours) 2008. 4. 5.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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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의 단상(短想) 삼월이었을 게다. 바람이 아직도 옷섶을 여미게 하는 이른 봄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쯤의 일이었다. 아직도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봄의 환상이었다. 누이들이 많아서 늘 나를 데리고 등교하고 혼자 집에 가기 싫으면 누이를 기다려 함께 하교했었는데 이유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그날은 학교에서 홀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학교에서 우리 집으로 가는 길은 두 갈래 길이 있었다. 그날은 평소에 잘 다니지 않던 길을 가고 있었다. 그 길로 집에 가자면 공동묘지를 거쳐야만 가는 길이었다. 혼자서는 가지 않아야 할 길을 가고 있었다. 공동묘지에 이르렀을 때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왜 그랬는지 알 수가 없어도 가던 길을 멈추어 스산한 공동묘지를 바라 보고 있었다. 봄볕은 따사로웠지만 바람은 꽃을 떨궈낸 억새풀을 눕힐 정도로 불고 있었다. 종달이 무덤 곁을 넘나들며 지저귀고 무덤 구석구석에 할미꽃이 짙게 피어있었다. '언제였던가? 이길을 걸었던 때가....' 문득 나는 기억할 수 없을 만큼의 세월 저 쪽에 내가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 틀림없어. 내가 분명 이 길을 걸었던 기억이 있어.' '그런데 나는 다시 이 길을 걷고 있는 거야.' '내가 죽은 뒤의 세상이 바로 이렇게 스산한 공동묘지이고 나는 다시 이 길을 걸어 학교에서 집으로 갈 거야.' 이 세상의 내가 바라 보는 저 세상의 나는 같은 사람이었다. 같은 모습이었고 같은 생각을 하는 어린 아이로 두 개의 내가 온갖 허망함과 외로움 속에서 한참이나 나를 그곳에 서 있게 하였다. '내가 죽으면 어디로 갈 것인가?' '내가 죽은 뒤의 세상이 이렇게 스산한 세상일거야.' 적막함과 외로움이 나를 덥쳐 왔고 '나는 이 꿈 속에서 깨어나야만 해!' 외로움이 그리움으로 변하고 적막하고 스산한 공동묘지 환상 위에 엄마와 아버지가 나를 기다리는 따스한 집이 오버랩 되었다. 숨이 턱에 차도록 뛰어 집으로 갔다. 뛰어 오는 나를 기다리는 엄마의 치마폭에 얼굴을 묻고 '엄마! 나 지금 왔어요!' 엄마의 치마에서는 언제 맡아도 좋은 향기가 있었다. 앞서 보낸 큰아들을 그리며 피우시던 담배와 양념 냄새가 어우러진 엄마의 냄새가 있었다. 2008.4.5 한식(寒食)에 from Your Mart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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