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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갔네​ / 박남준

봄날은 갔네​ / 박남준봄비는 오고 지랄이야꽃은 저렇게 피고 지랄이야이 환한 봄날이 못 견디겠다고환장하겠다고아내에게 아이들에게도 버림받고 홀로 사는한 사내가 햇살 속에 주저앉아 중얼거린다십리벚길이라던가 지리산 화개골짜기 쌍계사 가는 길벚꽃이 피어 꽃사태다앞서거니 뒤서거니 피어난 꽃들먼저 왔으니 먼저 가는가이승을 건넌 꽃들이 바람에 나풀 날린다꽃길을 걸으며 웅얼거려본다뭐야 꽃비는 오고 지랄이야​꽃대궐이라더니사람들과 뽕짝거리며 출렁이는 관광버스와쩔그럭 짤그락 엿장수와 추억의 뻥튀기와 뻔데기와동동주와 실연처럼 쓰디쓴단숨에 병나발의 빈 소주병과우리나라 사람들 참 부지런하기도 하다그래 그래 저렇게 꽃구경을 하겠다고간밤을 설렜을 것이다새벽차는 달렸을 것이다​연둣빛 왕버드나무 머리 감는 섬진강가잔물결마저 눈부시구..

이 한 편의 詩 2025.04.22

나눔이란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내가 사는 곳에는 눈이 많이 쌓이면짐승들이 먹이를 찾아서 내려온다.그래서 콩이나 빵부스러기 같은 먹을 걸 놓아준다.더러 찾아오는 박새한테는 좁쌀이 필요하니까장에서 사다가 주고 있다.밤에 잘 때는 이 아이들이 물 찾아 개울로 내려온다.그래서 이들을 위해 해질녘에 도끼로 얼음을 깨고물구멍을 만들어 준다. 물구멍을 하나만 두면그냥 얼어 버리기 때문에 숨구멍을 서너 군데 만들어 놓으면공기가 통해 잘 얼지 않는다. 그것도 굳이 말하자면내게는 나눠 갖는 큰 기쁨이다.나눔이란 누군가에게 끝없이 관심을 기울이는 일이다.- 법정의 중에서나눌 수 있다는 것은자신이 얼마나 많이 가지고 있는가의 문제보다는얼마나 같이 느끼고 있는가의 문제인것 같습니다.물론 생각과 실제 행함에는 큰 차이가 있지만행함 이전에 생각이 반드시 선행되..

추억이 있어서 나는 살아갈 것이다

남편과 나는 성당에서 만났다.그는 수녀가 되려던 나에게 삭발까지 하고 구애를 했다.처음부터 쉽지 않은 결혼이었다.변변한 직장이 없던 그를 우리 부모님은 완강히 반대했다.그러나 나에게 그는 사랑하는 일이 얼마나 따뜻하고행복한 일인지 알려준 사람이었다.따뜻한 봄날, 우리는 결혼했고 곧 영훈이를 낳았다.이어 둘째 규빈이도 생겼다.임신 3개월째, 가장 행복해야 할 때갑자기 남편이 쓰러졌다.첫 번째 발병이었다.친정 식구들은 유산을 권했다.남편 없이 아이들을 키우며 고생할막내딸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하지만 난 그럴 수 없었다.고집을 부려 규빈이를 낳았다.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남편이 완쾌 판정을 받은 것이다.왼쪽 대장을 상당 부분 잘라내고 그 힘들다는항암 치료를 견디며 남편은 완치되었다.남편에게 가족..

東西古今 2025.0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