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너에게 남은건 실망밖에 없다"
해외 출장 중에 만난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렸을 때
아버지는 딱 잘라 반대하셨습니다.
예상하고 있었지만 막상 듣고 나니
죄송함과 괴로움이 한데 엉켜 답답했습니다.
말썽만 부리던 철부지가 군대에 다녀와서
사람이 됐다며 믿어 주셨는데...
아버지의 그 한마디는 저의 가슴에
커다란 상처로 남았습니다.
아직 아버지 세대에서는 국제결혼이란
용납할 수 없는 단어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내를 너무도 사랑했고
당시 아내는 뱃속에 아이까지 가진 상태였습니다.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태어난 딸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해맑은 미소로 저를 반겼습니다.
집사람에게는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저와 집사람과 아이가 함께 찍은 사진을
우편으로 보내드렸습니다.
나중에 어머니께 들었지만 아버지는
한동안 사진도 보지 않으셨다고 하더군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저에게
'좋다 결혼해라 하지만 축하를 바라지는 마라.'
라고 하시더군요.
집사람의 친정에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저의 하객은 출장중이던 직원들이 전부였습니다.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Visa를 받아
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한국에 왔을 때의 일입니다.
웃음을 잃으셨던 아버지가
아이와 집사람을 보시고는 미소로 반기셨습니다.
'이셀(집사람 이름입니다)아 이제 아버지도 행복하다.
언젠가 너의 친정 식구들에게 한번 가마.
이제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너희들이 행복한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면 된단다.'
그때서야 마음에 남아있던 걱정이 사라졌는지
서툰 한국어로 '아버님 감사합니다.' 라며
환하게 웃던 집사람의 얼굴을 잊을 수 없네요.
- 장우영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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