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망덕포구(望德浦口)

뚜르(Tours) 2009. 11. 13. 12:19

한국 사람들이 그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면서도 그나마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은
등산에 있다고 생각한다.
4~5시간 산을 타고 내려오면 1주일간 버틸 수 있는 에너지를 섭취한다.
등산도 하면서 공부도 같이 하는 풍류가 바로 풍수답사이다.
감여학(堪輿學)에 조예가 깊은 김성수(74) 선생의 안내로
광양시 진월면에 있는 망덕산(望德山)과 망덕포구를 구경하게 되었다.
섬진강의 풍경과 역사 그리고 명당 이야기를 모두 맛볼 수 있는 곳이었다.

망덕산은 197m의 낮은 산이지만 지난 1000년 동안 수많은 기인, 달사들과
남해안 일대의 풍수 애호가들이 비상한 관심을 가졌던 산이다.
전북 완주의 만덕산(762m)에서 내려온 맥이 정읍 내장산을 거쳐서
담양 추월산-광주 무등산-장흥 제암산, 사자산-순천 조계산-광양 백운산(1217m)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 백운산의 지맥이 남쪽으로 내려가 결국(結局)을 이룬 산이 망덕산인 것이다.

호박도 가지의 끝에 열매가 맺힌다.
풍수도 마찬가지이다.
끝자락에 영양가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이 망덕산은 백운산에서 내려온 냇물과 섬진강의 물이 양쪽으로 감싸 안는 지점이다.
여기에서 합수된 물은 남해바다로 나간다.
망덕산 주변에는 물이 많다.
9군데로 물이 들락거린다.
남자와 여자가 어울려야만 아이를 낳을 수 있듯이, 산은 물과 어울려야만 명당이 생긴다.
망덕 일대가 바로 그런 장소이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망덕은 도선국사(道詵國師) 때부터 ’3000년 대지(大地)’로 평가받아 왔다. 3000년이란 ’부(富)가 천년, 귀(貴)가 천년, 도(道)가 천년’을 말한다.
천년은 부자가 나오고, 그다음 천년은 귀인과 인물이 나오고,
그다음 천년은 도인이 나온다는 풍수전설이다.
그래서 망덕에 있다는 3000년 대지인, ’군신봉조’ 명당을 찾으려고
지난 1000년 동안 사람들이 잡아놓은 수천 군데가 넘는 묘(墓)자리가 이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망덕산 사선대(四仙臺) 바위에 올라 보니 하동 금오산, 반짝거리는 섬진강의 물과 여수의 묘도, 그리고 남해섬과 바닷물이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그 광경을 보면서 내가 왜 이 세상에 왔는지?
그리고 왜 한반도에 태어났는지를 한참 동안 생각하였다.

 

                         <조용헌 살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