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지 애비 가슴 무너져 내리는 줄 모르는 자식 놈"

뚜르(Tours) 2011. 3. 1. 18:14

"지 애비 가슴 무너져 내리는 줄 모르는 자식 놈"

 

제 손자는 이제 3살입니다.
자식 소중한 줄 알았지만
손자는 자식보다 더더욱 사랑스럽더군요.

아들과 며느리 내외는 맞벌이를 하느라
제 아내가 손자를 키우고 있습니다.

다 늦은 밤이면 들어와서 손자를 보는 아들 내외지만
직장 생활에 피곤한지 아이를 제대로 못 봅니다.

그래서인지 꼭 뒤늦게 얻은 보물같은 손자는
할아버지인 저를 무척이나 따릅니다.

어제는 참으로 안타깝게도
제가 놀이터에 데리고 갔다가
잠시 한눈 파는 사이에
손자가 이마를 조금 다쳤습니다.

작은 생채기에 놀란 손자는 크게 울음을 터트렸고
저 또한 애지중지 기른 손자가 아플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더 안타까운 것은
저녁 늦게 퇴근해 돌아온 아들이
아니 아이를 어떻게 봤길래 그래요?
하고 퉁명스럽게 던진 한마디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지 자식 소중한 줄 알았지
지 애비 가슴 무너지는 줄 모르는
자식 놈이 서운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내리사랑인지라 오늘도 손자의 재롱으로
저의 웃음을 다시 되찾고 있습니다.

- 노용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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