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사막을 건너는 중인가? 아니면 산을 타고 있는가? (2)

뚜르(Tours) 2012. 12. 14. 22:25

산을 탈 때나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는 얼마나 준비가 잘 되어 있는지, 계획을 잘 세웠는지,
그리고 경험이 있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새 집을 지을 때 경력이 확실한 건축업자에게 일을 맡기려고 한다.
일을 수주한 건축업자는 실력 있고 인정 받는 설계사나 건축가에게 도면을 의뢰하고 그 도면을 토대로 집을 짓는다.
때로 일이 지연되거나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목표를 향하여 나아갈 때는
이 세 가지, 즉 준비, 계획, 경험의 여부에 따라 성공 확율이 달라진다.


사막은 다르다.
GPS 안내 시스템을 장착하고 차량 한 대를 새로 만들 만큼의 여유 부품을 가득 싣고,
독일 엔지니어들로 가득 찬 차도 사하라 사막에서는 맥을 못 출 수 있다.
오히려 반들반들 다 닳아버린 타이어에, 준비가 안 된 학생 대여섯 명을 태운 다 낡아빠진 폭스바겐 캠프용 차가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모래 언덕을 헤치고 나가 강도들까지 무사히 따돌리고
태양이 이글거리는 서부 아프리카의 해변까지 무사히 갈 수도 있다.


경험이나 준비의 여부는 인생이라고 하는 사막을 건너는 데 있어서 성공이나 신속성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
숙련된 치료사라도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헤매기도 한다.
그럴 때는 지식도, 학위도, 경험도 도움이 안 된다.
그 자신이 사막에 떨어졌기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담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사막에서 자기가 무능력하게 느껴지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다.
계획을 충분히 세우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계획을 세우는 것이 그토록 도움이 된다면, 훈련을 받는 것이 정말 그토록 중요하다면,
우리는 이혼뿐 아니라 결혼에 대해서도 수업을 받아야 하지 않을까?
또 아이를 가지려면 사전에 면허를 따야 할 것이다.
아이를 낳기 위한 시험을 보고 자녀 양육과 교육에 대한 계획서를 제출하고 나서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자격을 허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막 여행은 예측 불능하고 불확실하다.
자녀를 키울 때 부모로서 가야 할 길이 훤히 보이는가?
안 그래도 힘겨운 사업에 경제 상황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있는가?
몸을 아무리 가리고 있어도 사정없이 우리 몸을 파고들어 괴롭히는 모래 폭풍처럼
인생의 사막에서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다.


인생이 불확실해 보이고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때, 계획과 경험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때,
우리는 바로 사막에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막의 가장 힘든 점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산을 더 선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산은 사막보다 덜 애매하니까.
마라톤을 처음 뛰는 것은 산세가 험한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


완주를 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어떻게 훈련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달려야 하는지를
알려 주는 상세한 책자가 있다.
마라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고 하는 희미한 적이 아니라 체력과 의지이다.
나도 모르게 살금살금 다가오는 적보다는 눈에 보이는 적이 낫다.

 

스티브 도나휴 지음 <사막을 건너는 여섯가지 방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