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이 킁킁거린다
한쪽 발을 든 채 영역을 하얗게 지린다
냄새의 반경을 따라가면
나도 바람, 너도 바람, 같은 울타리 속이 펄럭거려
한 겹 체면을 껴입으면
나도바람꽃, 너도바람꽃,
눈감아 주는 이름이 환한데
개, 좋아
기꺼이 야성을 찾아 신은 네 개의 발들
비루한 육체에 수없이 무릎을 꿇는
불가촉,
땀나도록 뛰어야만 밥을 찾는 계급인데
처음 눈 맞춘
항렬마저 벗어던진 개명인데
개의 심장을 달고
그늘과 바깥이 달라 뛰어다니는
개망초와 개별꽃
귀 접힌 풀밭이 뛴다
줄 풀린 동시에 묶이는 것이 불안한 공기가 사방으로 흩어진다
- 최연수, 시 '뛰어다니는 이름'
야생화의 이름을 살펴보면 참 기발하게 잘 지었다 싶은 이름도 있고,
함부로 붙여준 짠한 이름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촌스러운 이름을 개명하거나 신분을 세탁하기도 하는데
'개'를 붙여준 이름은 들판을 쏘다녀야 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열심히 뛰어야만 밥을 얻는 신분 같습니다.
그래도 투정 없이 환한 들녘입니다.
<사색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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