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날에 우리는 한통속이었나요
나는,
이념을 신봉하다 불온해진 붉은 삐라입니다
테호가 없는데 철철 넘치는 고흐의 노랑 물감통입니다
처형대 선 헤스터 프린 가슴에 주홍글씨입니다
골수까지 표백된 수도승의 뼛속입니다
수만 볼트 번개에 오그라든 이 조막손은 허무의 끝이죠
푸르른 날의 가래호두 같은 침묵이 부서집니다
이때쯤 창공은 숨 멎도록 섬뜩한 칼날이죠
순환과 질서를 신봉하는 집행자 앞에서
민낯으로 버선목을 뒤집어야할 때라는 거
한통속은 오해였다는 거
여기저기 까발려진, 갖가지 본색은 참 말입니다
- 허청미, 시 '본색을 고백하다 -부제: 가을 나무 이야기'
정말 더웠지요?
그러나 계절의 섭리는 어쩔 수 없습니다.
남은 더위를 잊고 성급하게 가을로 달려갑니다.
이 여름도 지나면 다시 못 올 추억이 되겠지요.
고흐의 노랑 물감통 같은 단풍과 푸른 하늘을 미리 맛봅니다.
<사색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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