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흔들림에 대한 아주 작은 생각 / 배창환

뚜르(Tours) 2018. 12. 20. 08:55

 

 

흔들림에 대한 아주 작은 생각

 

                                         배창환

 

추수 끝난 강둑에 무리지어

다 끝나가는 한 생을 마저 살려고

마구 흔들어대는 저 으악새는

어떻게 내 마음을 통째로 뒤흔들지 않고

내 곁을 지나친단 말인가

 

성주 가천 닷새장 파장에 부는 소슬바람도

대가천 식당 할매가 말아내 논 돼지국밥도

정류장 둘레에 퍼질러 앉아

금방 밭에서 뽑아온 무 배추 몇단 놓고

국수 말아먹는 아낙의 등 굽은 가계(家計)

 

어찌 나와는 아무 상관없다 지나치리

그 모습에서 감동을 찾아가기도 하고

그 웃음에서 가버린 세월을 되감아오기도 하고

하다못해 연민의 눈길이라도 욕심껏 퍼붓고 갈 일이니

 

세상에 저 홀로 흔들리는 것 무엇 있으리

 

 

배창환 시집흔들림에 대한 작은 생각(창비, 2000) 

 

출처 : 블로그 '하루 시 한 편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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