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르드의 성녀, 베르나데트의 감사기도문
부모님이 가난하셨던 것,
집에서는 무엇 하나 잘 풀려가지 않았던 것,
제분소가 망한 것,
내가 아이들을 돌보고
양떼를 지키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
항상 피곤에 젖어 있었던 것을
예수님! 감사드립니다.
검사나 경찰이나 헌병,
페이나르 신부의 사나운 말을
하느님! 감사드립니다.
성모 마리아님!
당신이 나타나신 날도
나타나시지 않은 날 도
천국에 가지 않는 한
감사의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뺨을 맞거나 조소와 모욕을 받은 것,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한 사람들의 일,
나에게 부정한 의심을 하고
내가 큰 돈을 벌고 있다고 의심한 사람들의 일도
성모 마리아님! 감사드립니다.
바른 철자법을 아무리 해도 외울 수 없었던 것,
기억력이 나쁜 것,
나의 무지와 어리석음을
하느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 감사드립니다.
왜냐하면,
지상에 나보다 더 무지하고
어리석은 아이가 있었더라면
그 아이를 선택하셨을 테니까요.
엄마가 멀리서 세상을 뜨신 것,
아버지가 나를 귀여운 딸 베르나데트로서
안아주시는 대신
'마리 베르나데트 수녀님'이라고 불렀을 때의
나의 마음 아팠음을
예수님! 감사드립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예민하고
상처받기 쉬운 제 마음을,
또 그 마음을 고통으로 가득 채워 주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요셉피나 원장님이 저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년'이라고
말한 것에 감사드립니다.
수도원장님의 폭언,
거리낌 없는 말,
불공평한 처사나 비웃음,
굴욕의 빵 등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저 여자와 사귀지 마시오"라고
마리 데레사 원장님이 모두에게 말할 정도로
제가 그런 인간임에 감사드립니다.
결점을 비난 받을 특권을 가진 것,
다른 수녀로부터
"나는 베르나데트가 아니라 다행이다" 라는
말을 들은 것에 감사드립니다.
성모 마리아님!
당신의 모습을 보았다는 이유로
마구간에 넣어졌던 일,
사람들이 나를 보고
"이 여자가 바로 그 베르나데트인가?"라고
말할 정도로 보잘 것 없고
빈약한 나임과
마치 희귀한 동물처럼
모두에게 보여지는 인간임에 감사드립니다.
하느님!
당신께서 주는 병,
흐늘흐늘한 뼈,
땀과 고열과 격심한 아픔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주신 이 영혼,
마음속의 마를 대로 마른 사막,
하느님의 밤과 벼락,
침묵과 천둥,
이 모든 것에 감사드립니다.
예수님!
저의 눈 앞에 나타나실 때도
나타나시지 않을 때도
당신께서 존재하심에 감사드립니다.
출처 : 카페 ‘홍수희 시인의 하이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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