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치유 방법
"주님께 대한 믿음으로 극복"
문종원 신부(서울대교구 성령쇄신봉사회 대표)
만연된 소비주의로 모든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사고방식은 인간적·심리적·영적 허약함을 불러 일으키며 우울증 환자들을 증가시킨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물론 가정주부와 어린이, 심지어 신앙인들조차도 활기차고 기쁘게 살아가기보다 우울하게 살아간다.
우울증은 환자의 삶을 초토화시키며 알코올, 마약 중독, 안전하지 않은 성관계, 에이즈와 같은 질병을 불러일으키는 행동에 빠지게 한다. 우울증에 걸리면 침울하고 슬프며, 희망을 잃고 쉽게 실망하며 의기소침하게 된다.
또한 피곤에 젖어 있거나 기운이 떨어지고 식욕이 감퇴되며, 가슴이 답답하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면역 기능이 약화되는 등 여러 가지 증상을 보인다.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자책하면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질병을 치유하고 여러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예수님께서는 우울증에서도 해방시켜 주신다. 우울증에서 해방되려면 먼저 하느님께서 주시는 힘을 신뢰해야 한다. 예수님을 따를 때 우리는 내면에서 넘쳐흐르는 기쁨을 맛본다. 한없이 좋으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기쁘게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시기 때문이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지닌 우리는 우울증에 사로잡혔다 해도 부정적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긍정적 기회로 이용할 수 있다.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
우울한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치료하려고 노력하지 않아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고 미래에 대해서도 비관적이어서 우울증을 이겨내기가 어렵다. 이웃의 도움을 받으려고 하지 않는다. 때로는 모든 노력과 삶을 포기하고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우울증의 특성상 심리 문제를 극복하지 않으면 심각한 악순환에 휘말린다. 그러나 우울증은 노력하면 치유될 수 있다.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우울증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우울증은 극복될 수 있으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다.
약물치료와 전문가의 도움
초기에는 약물치료로 가시적 효과를 볼 수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비용과 효과를 들어 약물치료를 권하지만, 심리학자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웃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사회 변화를 무조건 따르려는 풍토가 우울증을 부추긴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우울증을 앓는 사람의 몫이다.
운동의 효과
운동이 최대 효과를 내는 항우울제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연구에 따르면 운동은 우울증과 불안을 감소시킨다.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 상쾌한 기분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운동이 몸과 뇌 속으로 파고들어가 기분을 북돋우는 엔도르핀 호르몬을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서서히 긴장을 풀어주는 운동과 복식호흡이나 정원 가꾸기와 같은 긴장 완화 운동도 도움이 된다.
수면
잠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더할 수 없이 중요하다. 숙면은 면역 기능을 증가시키고 기분을 좋게 하며 더 젊어지게 하고 원기를 회복시킨다. 또한 정신 기능을 향상시킨다. 수면 부족은 면역 체계를 약화시켜 쉽게 병에 걸리게 한다.
적당한 영양과 음식물 섭취
우리가 먹는 음식과 영양분이 우울증의 예방과 발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종합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는 것이다. 하느님은 비타민·미네랄·아미노산·허브처럼 우울증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 훌륭한 식품을 창조하셨다.
긍정적 시각으로
우리는 부정적 시각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전환될 수 있다. 우울증은 ‘자신을 몰아치는 압박감’으로 작용한다. 우리를 자꾸만 부정적으로 몰고 가는 우울증은 무엇인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므로 우리는 순간순간 그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 우울증은 나쁜 소식 이면에 좋은 소식이 숨어 있음을 알려준다. 우울증이 나타났을 때 그 현상을 무시하고 약물로 빠지거나 현실을 도피하며 자살을 시도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더욱 긍정적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다.
자신의 상처를 껴안을 때
치유는 자신의 상처를 껴안을 때 가능하다. 구원의 역동성은 고통을 마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상처를 껴안을 때 신비로운 효과가 나타난다. 슬픔 안에서 기억할 때, 그 슬픔은 더욱 건강하고 새롭게 회복된다. 이렇게 할 때 우울증은 슬픔 안에서 녹아내리며 치유되기 시작한다.
성숙한 감정
우울증은 ‘내면을 재평가하는 기회’다. 부정적 감정에 압도당하지 않고 지나온 삶을 돌아보며 재평가한다면 말이다. 이 능력이 바로 ‘성숙한 감정’이다. 우울증은 우리를 연민에 빠지게 하지만, 이러한 우울증 증후군은 치유와 성장의 길로 나아가는 신호다. 긍정적으로 바라볼 때, 우울증은 재앙을 가져오는 허약한 표징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우울증으로 주어진 현실을 견디지 못하고 살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할 때, 우리는 삶의 구조를 바꾸고 획기적인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행복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자
우울증에서 빠져나오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행복하고 기쁘게 사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우울하다고 느끼면 기쁘게 생활하는 사람들과 함께 웃고 노래하고 이야기하면서 가능하면 행복한 것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더욱 충만한 기쁨과 행복으로 이웃을 초대한다. 또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위대한 선물 가운데 하나인 웃는 법을 배워야 한다. 웃음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웃음은 스스로를 치료할 수 있는 자연 치유력을 지닌다. 웃음은 부작용 없이 병을 예방한다.
영적 치료
모든 유형의 우울증은 영적으로 공통점이 있는데, 그것은 하느님한테서 오는 기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기쁨으로 충만하리라고 약속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내 기쁨이 너희 안에 있고 또 너희 기쁨이 충만하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15, 11) 기쁜 소식은 누구나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으며 슬픔조차도 기쁨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하느님은 자연적·영적 차원에서 우울증과 불안을 물리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 주셨다. 우리 삶에서 가장 확실한 항우울제는 하느님의 말씀과 찬미 기도다. 하느님의 언약을 믿으면서 우리가 겪는 고통에 하느님의 목소리를 싣고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려고 노력할 때, 하느님께서 넘치도록 주시는 기쁨을 얻을 수 있다.
[가톨릭신문, 2008년 10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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