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닐듯이
얼마 전, 봄비 내리는 날
퇴근 길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좌회전하려고 대기하고 있는데
대형 트럭이 직진 차선에서
좌회전하려고 제 차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저는 그 대형차량을 앞질러 가야겠다고 맘 먹었습니다.
신호등이 바뀌자 서둘러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차는 조금 나가더니 방향을 잃고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 공사로 도로에 철판이 깔려 있어
빗길에 미끄러진 것입니다.
차는 공사장 벽과 간신히 충돌을 피하고 멈췄습니다.
운전할 때, 끼어드는 얌체족과 신호와 차선을 무시하는
운전자를 볼 때마다 화가 납니다.
그래서 양보하지도 않고,
운전자에게 눈을 흘기기도 하고,
'내가 너에게 질까 보냐!'하며
그들을 따돌리려 난폭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후회할 일이 생기고
마음 한구석에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듭니다.
빗길에 미끄러지는 사고 후에
운전하는 습관을 고치기로 했습니다.
'거닐듯이'라고 되뇌이고
끼어드는 차, 앞지르기 하려는 차 모두
너그럽게 양보하리라 맘 먹었습니다.
'거닐다'는 영어로 'take a walk'입니다.
그런데 그 말이 너무 딱딱하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다른 말이 없을까 찾아 보았더니
'saunter'란 단어가 있었습니다.
'saunter'란 'take a walk'와 유사한 뜻이지만
'어슬렁 거리다'란 뜻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운전하면서 얌체족을 만날 때마다
'거닐듯이'라고 하면서 모두 너그럽게 대해 줍니다.
얌체족에게 화가 나다가도 '거닐듯이'라고
외우듯이 다짐하곤 합니다.
어제 퇴근 길에서
'거닐듯이'란 말을 몇 번이나 읊었을까 세어 보았습니다.
비교적 한산한 탓인지 다섯 번 정도였습니다.
운전하면서 '거닐듯이', 'saunteringly'라고 해 보세요.
마음이 편해지고 너그러워진답니다.
오늘도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2008. 4. 3.
from Your Martin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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