暴雪이 한 닷새쯤 쏟아지면 / 이준관 폭설이 한 닷새쯤 쏟아지면, 그리하여오직 하늘의 새의 길도 끊기면,한 닷새 무릎까지 외로움에푹푹 빠지며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도 좋으리.간신히 눈 위로 남은빨간 山열매 두어 알로배를 채우고 가다 기진해서 쓰러져도 좋으리.눈 위에 누워너무나 아름다운 별에 흑흑 느껴 울어도 좋으리.곰아, 너구리야, 고라니야, 노루야,쓰러진 나를 업어다 너희 이부자리에 뉘여다오.너희 밥솥에 끓는 죽을내 입에 부어다오.폭설이 한 닷새쯤 쏟아지면나는 드디어 山짐승들과 한 食口가 되어도 좋으리.노루의 눈에 비쳐푸른 칡잎의 귀가 돋아나와도 좋으리.사람들아, 내 발자국을 찾지 말아라.그 발자국은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이 쏟아지는 暴雪에덮이었으리니,이미 나는 눈이 길길이 쌓인 숲의 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