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가을
회색빛 하늘에서
붉은 잎, 노랑 잎, 황금색 잎이 떨어질 것 같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빗방울에
사랑, 기쁨, 평화를 본다.
좁디 좁은 내 마음에
흐린 가을처럼 오색 잎, 하느님의 은총이 오르내린다.
그 한 켠에서
바라보고 싶지 않은 어둠을 본다.
그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숨어서 교활한 눈을 번뜩이고 있다.
하느님께 한 서원은 결코 깨서는 안되는데
그 서원을 깨고 아직도 어둠 속에 묻혀 산다.
다 늙은 그 음습한 치마 속에서
깐돌이가 되어 온통 사방을 휘젓는다.
세상과 하느님을 무서워할 줄 모르는 그들이
흐린 가을에 꿈틀거리고 있다. 버러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