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버지의 손 - 임정일 - 뚝뚝 모질게 퍼 올리는 밥숟가락에 시래기 나물을 올린다. 아침상에 흘린 밥풀찌끼보다 손자 녀석 옹알이 한번 얼러 내지 못하는 서러움 손가락 마디마디 쇠스랑이 되도록 칡뿌리보다 질긴 삶의 덩굴을 엮으며 일궈내신 터에 지척지척 끌리는 발자국 막아서는 어둠 아버지, 곧은 가지에 손 그네 타며 부르던 노래가 감빛에 흥청거린다. 무뎌진 손끝으로 매달려 오는 며느리의 지청구 목젖에 걸린 눈물이 침묵하는 저녁 - 당신 오늘도 고생하셨구려 - 수북히 얹은 밥사발에 서글픔을 덜어내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반닫이 창문틀에 걸려 달을 맞는다. 열다섯 소년처럼 수줍어 지는 웃음을 감추지 못하는 예순다섯 해 곧았던 가지 구부러져 분재가 되어버린 손 아버지 꿀꺽 삼켜버린 눈물을 빈 숟가락 내리는 굽은 손이 힘겹게 받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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