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사귀기
고통스러운 느낌은 우리 마음의 어두운 곳에서 일어난다.
그림자 속에 가려져 말로 표현되지 않은 채, 부정적인 감정들은
그 무서운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우리는 비참함을 느낀다. 이 비참함이 두려움에서 오는 것일까?
죄책감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슬픔에서 오는 것일까?
언어는 어두움 속에 있는 자신의 느낌과 씨름하면서 우리의 감정과
친해지는 데 도움을 준다. 고통스러운 감정과 친구가 된다는 것은
마술처럼 고통 자체를 없애 주는 것이 아니다.
반면에 친해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우리의 감정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한다. 더 이상 부정적 감정을 없애려고 할 필요도 없고, 눌러 벼리거나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처럼 살 필요도 없다. 감정과 친구가 되도록
훈련하는 방법이 있는데, '이름 짓기'와 '길들이기'가 바로 그것이다.
1. 감정에 이름 붙이기
어렸을 적에 겪은 고통이 다시 드러나 해결되어 가는 것은 너무나
큰 위협이 되기도 한다. 고통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겪은 고통을 망각이라는 어두운 동굴 속에 묻어 버린다.
이런 땅 밑의 은신처에서,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감정은 어린 시절이
지난 후에도 우리에게 계속 문제를 일으킨다. 마치 미열에 싸인 것처럼,
숨겨진 슬픔 혹은 부끄러움이 무엇이라고 진단하기 어려운 불쾌감을
불러 일으킨다. 왜냐하면 때때로 우리가 잊고 있던 이 기억이 갑자기
떠오르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 살아가면서 보다 강하고 성숙하게 어려운 문제를 딛고
일어서는 능력을 키움으로써, 우리는 가슴속에 숨겨진 어두운 부분을
다시 방문할 수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과거의
조각들이 밝은 빛 안에 드러나게 된다.
"고통이 보석이 아니다."
고통이 그 자체로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통이 아름답게 되는 것은 고통을 기억해 내면서 그 고통을 자신에게
다시 연결시킬 때이다. 치유가 시작되는 것은 '내 자신을 그 고통에
내줄 때'이다.
우리를 난처하게 하는 감정이 그 스스로 지니고 있는 무언가를
우리에게 내주는 순간, 우리는 그감정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다.
이름을 지어 주는 것은 우리의 감정을 가슴 깊은 곳에서 구해 내고,
삶 안에 있는 감정의 힘을 포옹할 수 있도록 우리를 준비시켜 준다.
2. 부정적 감정 길들이기
열이나면 우리는 관심을 가지게 된다. 열이 나지 않으면 의식하지
못하고 넘어가지만, 열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신호를 해 주기
때문이다.
열은 보다 심각한 또 다른 고통에서 오는 하나의 증상이다. 고열은
감염된 부위를 공격하거나 침입한 균을 박멸하려고 몸이 지닌 자원을
모으고 있음을 알려 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보다 더 깊은 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치유의 노력을 증상 자체보다는 그 원인에
맞추려고 한다.
열과 마친가지로, 고통스러운 체험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경고이자
표시판이며 신호이다. 고통이 우리의 관심을 차지하게 되지만,
이 고통스러움은그 자체를 넘어선다. 즉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
하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경고해 주고, 고통이 없었다면 당연한 것
으로 여겼을 무언가 중요한 것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 준다.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행동하도록 이끌면서,
한편으로는 동료로서 우리에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부정적 감정과
친해진다는 것이 고통을 피하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신에 길들인다는 것은 감정이 주는 메시지를 분별하고, 그 의미를
평가하고, 감정이 지닌 힘을 필요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내어 그 감정을 끌어안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을 길들인다는 것은 우리의 감정을 가축처럼 길들인다는 뜻이
아니다. 즉 말 잘 듣게 하고, 집 안에 가두어 기르고, 중요한 것을 잘라
내는 것이 아니다. 길들임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으로 옮겨 갈 정서적인 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제임스 & 에블린 화이트헤드 지음
문종원 역 '마음의 그림자' 중에서
♬배경음악:To Live Without Your Love (하얀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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