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오카 뎃슈는 일본의검객이다.
그가 어렸을 때 절에 가서 종루에 큰 종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한 승려가 농담으로 그에게 말하였다.
“왜, 저 종을 갖고 싶으냐? 갖고 싶으면 가져가렴.”
당시 야마오카의 나이는 열한 살이었다.
야마오카는 승려의 말을 듣더니 아버지에게 달려가 절의 스님이 종을 주었으니 집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의 아버지는 승려의 말이 농담인 줄 알았지만 야마오카가 어찌하나 보려고,
“그래? 그렇다면 가져오너라.”
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어린 야마오카는 곧 하인들을 이끌고 가 종을 떼기 시작하였다.
기겁을 한 승려가 말렸으나 야마오카는 끝내 듣지 않았다.
마침내 그의 아버지가 와서 여러가지 말로 사정을 하자 그제서야 그는 종을 떼어 오는 것을 포기하였다.
야마오카 뎃슈가 어른이 된 다음의 일이다.
어느 때 그가 친구 몇 명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술집 주인이 술에 취해 되는대로 떠들어대었다.
“나는 내일 나막신을 신고 나리타까지 갔다 올 작정이다. 누가 나와 동행할 사람은 없나?”
에도에서 나리타까지는 왕복으로 360리 길로 어른 남자가 하루에 걸을 수 있는 거리의 세 배가 넘었다.
술집 주인은 단지 허풍으로 그런 소리를 한 것이었지만 뎃슈가 홀로 그의 허풍에 응하여,
“내가 가겠소.”
하고는 계속 술을 마시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새벽 네 시에 나막신을 신은 뎃슈가 술집 문 앞에 나타나 주인을 불러내었다.
전날 밤부터 내리던 비가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었다.
기겁을 한 술집 주인은 백배 사과하면서 자기는 나리타까지 가지 못하겠노라고 말하였다.
그러자 뎃슈는,
“그럼 나만이라도 가야겠소.”
하더니 비를 맞으며 곧 나리타로 출발하였다.
그날 밤 열한 시경에 전신이 흙투성이가 된 뎃슈가 그 술집에 돌아왔다.
그를 본 사람들은 모두가 입을 벌리고 다물지 못하였다.
김정빈 지음 <리더의 아침을 여는 책>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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