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병 시인은 막걸리를 즐겨 마셨다.
경기도 의정부에 살던 말년에 그는 해질 녘이면 단골 술집에 들러 혼자서 막걸리 한두 잔 걸치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당시 단골 술집의 주모는 할머니였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천 시인은 단골 술집을 바꿨다.
시인의 일거수 일투족을 손바닥에 올려 놓고 뻔히 들여다 보던 부인이 슬쩍 물었다.
"새로 가는 술집 주인은 젊은 여인인가 보죠?"
시인은 아이처럼 화들짝 놀랐다가 늘 아내에게 했듯이 "문디 가시나...."라고 입을 삐죽거리며 대꾸했다.
"새로 가는 술집은 잔이 더 크다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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