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이 가을에 /이정님

뚜르(Tours) 2018. 9. 13. 01:31

 

 

이 가을에

 

                       이정님

 

가을을 마중 온 바람이

뜰에서 서성인다

 

여름이 무너져 내리며

낙엽위에 편지로 씌여지면

아직은 생경하지만

 

귀뚜라미 첫 소절이

가을을 안고 소리로 다가선다

 

머지않아 이 땅에 서리 내리

귀뚜라미 울음에

드문드문 첫눈이 섞이면

 

손가락 걸고 약속했던 사람

한기처럼 찾아올까

 

이 가을엔

꼭꼭 여민 가슴 풀어놓고

 

사랑을 앓던 사춘기 그때처럼

바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