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엄마걱정 /기형도

뚜르(Tours) 2018. 10. 16. 08:26

 

 

 

엄마걱정

 

                           기형도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춧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 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이 한 편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이 물어온 그리움 /강미라  (0) 2018.10.18
산국화가 피었다는 편지 /임태주  (0) 2018.10.17
희망은 아름답다 /정호승  (0) 2018.10.15
가을 숲 /백원순  (0) 2018.10.14
설악초 /백승훈  (0) 2018.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