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전동균
벽련산 밑 공터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과
갈참나무 숲으로 사라지는 길
숲길은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저물 녁이면 울음을 참듯
고개 숙인 나무들 아래
묵언수행하는 스님들의 그림자만
흐릿하게 비쳐올 뿐
오늘처럼
그 길 앞에 서성이다 서성이다
끝내 집으로 돌아오는 날
밤늦도록 나는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나를 받아주던 어떤 손을 생각하며
홈통에 떨어지는 빗물 소리에도
소주잔을 건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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