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시월 /전동균

뚜르(Tours) 2018. 11. 1. 07:48

 

 

시월

 

                               전동균

 

 

벽련산 밑 공터에는 두 갈래 길이 있다

마을로 내려가는 길과

갈참나무 숲으로 사라지는 길

 

숲길은 누구나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저물 녁이면 울음을 참듯

고개 숙인 나무들 아래

묵언수행하는 스님들의 그림자만

흐릿하게 비쳐올 뿐

 

오늘처럼

그 길 앞에 서성이다 서성이다

끝내 집으로 돌아오는 날

 

밤늦도록 나는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나를 받아주던 어떤 손을 생각하며

홈통에 떨어지는 빗물 소리에도

소주잔을 건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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