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라서 /정병근
너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어서
나는 얼마나 벅찬지
모를수록 너는 내 눈에 낯설고
그 설레는 미지
너는 더없이 순정하고 달콤한 오해
나날이 기뻐서 기약하는 말은
야속한 이별의 내막이 될 테니까
대답을 조심해야지 백 번의 마음으로
어제와 오늘을 순순히 고백한다
목을 젖히며 웃는 너를 볼 때
계시처럼 무엇을 알고 있는 내가 두려워
아무 일 아닌 듯 안경에 티나 닦으면서
그것은 먼 일일 테니까
너와 있는 날은 기쁘고 서러워서
나는 한순간에 다 살고 돌아온 마음으로
너를 자꾸만 모르려고 애쓴다
총명한 눈의 표정으로 너는
내게 말을 던지고 말을 채근하고
다른 곳을 쳐다보며 나는
네가 너라서 얼마나 좋은지
ㅡ시집 『중얼거리는 사람』(여우난골, 2023)
<카페 '아름다운 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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