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에서 / 이건청 나는 겨울 산이 엄동의 바람 속에서 꼼짝도 못하고 서서겨울밤을 견디고 있는 줄만 알았다.겨울 산 큰 그늘 속에 빠져 기진해 있는 줄만 알았다.겨울 산 작은 암자에 며칠을 머물면서 나는겨울 산이 살아 울리는 장엄한 소리를 들었다.그 소리는 대개 자정을 넘은 시간에 시작되곤 했는데산 아래, 한신계곡이나 칠선계곡 쪽을 지나 대원사 스쳐 남해 바다로 간다는지리산 어느 골짜기 물들이 첫 소절을 울리면,차츰 위쪽이 그 소리를 받으면서 그 소리 속으로 섞여 들곤 하였는데,올라오면서, 마천면 농협, 하나로마트 지나 대나무 숲을 깨우고,산비탈, 마천 사람들의 오래된 봉분의 묘소도 흔들어 깨우면서골짜기로 골짜기로 올라오는 것이었다.오를수록 그 소리는 점점 더 곡진한 하모니를 이루는 것이었는데,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