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희망가 - 문병란

뚜르(Tours) 2023. 6. 25. 08:11

희망가 -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 길 멈추지 말라

인생 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문병란 시집, 『법성포 여자』, 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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