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가는 길 / 최영미
바람이 나를 밀어
세게 밀어
앞으로 앞으로
힘들이 지 않고도
떠밀려 휘청휘청 가는 몸
진작에 이렇게 살았으면,
바람이 시키는 대로
흘러 흘러 어디엔가 닿았겠지
거리의 먼지를 깨물고
머리카락이 엉키고
목을 때리는데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바람이 신기해
따끈한 빵 냄새를 향해
금방 구운 빵을 차지하려
헤벌리고 뛰어가는
나의 종착지는
에티오피아 시다고.
미지근한 커피를 홀짝이며
호두 바게트를 씹는 것
아직 씹을 힘이 있다는 것
- 최영미,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이미 출판사,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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