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04 3

소나기

그녀의 목소리가 흠뻑 젖어 있었다언젠가, 불현듯, 날 다녀간 그녀가 따귀를 후려치고 도망가던그녀가 널 믿지 못하겠다며 퍼붓던 그녀가 폭염 사이로 내뱉던짧은 말들이, 벼랑으로 몰아붙이던 맵디매운 말들이,어느새 내 몸속으로 스며들던 말들이지독한 열병 속으로 투명하게 갇힌다- 이송희, 시조 ‘소나기’숲에 들었을 때 갑자기 온 나무들이 바람을 일으켰습니다.그리고는 후드득 비를 쏟았습니다.소나기는 피하고 보랬다는 생각이 들어 나무 아래서가만 기다리고 있었더니 잠잠해졌습니다.어느덧 유월입니다.소나기처럼 반가움이,또한 안 좋은 일이 소나기처럼 오기도 합니다.그럴 때 당황하거나 호들갑 떨지 않고평소처럼 잘 지나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혼잣말

어머니께서는 유독 혼잣말을 자주 하십니다.내가 집에서 쉬기라도 하는 날이면어머니의 이런저런 혼잣말이 집안 곳곳에서들려왔습니다.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어떨 때는 나도 모르게 대답도 해드리긴 했지만,답하기 모호한 말들도 있어 침묵할때가 더 많았습니다.누가 맞장구쳐주는 것도 아니고,의미 없이 혼잣말을 뭣 하려 하실까 싶지만,어머니는 시도 때도 없이 그렇게혼잣말을 하십니다.그런데, 언제부턴가 혼잣말하는나를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우울한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누군가가 있지만 의사소통하고 있지 않을 때,나도 모르게 무심결에 허공에다 이런저런말을 건네는 것이었습니다.– 도서 '방구석 라디오' 중에서 –우리들도 혼자 있을 때,종종 자신의 내면에 있는 감정과 생각을소리 내어 말하기도 합니다.어쩌면..

東西古今 202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