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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 류시화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 류시화 ​너였구나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슬픔, 너였구나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날이 저물기 전에서둘러 이 겨울 숲을 떠나려고 했었다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다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거린다숲 사이 작은 강물도 울음을 죽이고잎들은 낮은 곳으로 모인다여기 많은 것들이 사라졌지만또 그대로인 것이 있다한때 이곳에 울려 퍼지던 메아리의 주인들은지금 어디에 있는가나무들 사이를 오가던 흰 새의 날개 같던그 눈부심은박수 치며 날아오르던 그 세월들은너였구나이 길 처음부터 나를 따라오던 것이서리 묻은 나뭇가지 흔들어 까마귀처럼 놀라게 하는 것이너였구나나는 그냥 지나가려 했었다서둘러 말을 타고 겨울 숲과 작별하려 했었다그..

이 한 편의 詩 2024.06.17

필요한 사람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거나마음의 만족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사람은어디를 가든 여유롭게 살 수 있다.그러나 필요를 충족시킬 줄 모르는 사람은 고독하게 살게 된다.- 오버스트리트모임이 있습니다.그 중 한 친구가 오면 분위기가 달라지고 기분이 좋아집니다.먼저 나서서 챙겨주기 때문입니다.그러고도 즐겁게 웃습니다.그런 태도가 몸에 배어 자연스러운 친구.그 친구는 어느 자리에 가도 그럴 것 같습니다.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첫 만남의 강렬함

30년 전 바야흐로 질풍노도의 시기인중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저희 학교에는 '추남 김 선생님'으로 불리던누가 보더라도 정말 못생긴 노총각도덕 선생님이 있었습니다.선생님은 2학년 학생들도덕 과목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1학년 학생들은 선생님 내면의 진짜 모습을잘 알지 못했습니다.첫 수업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강렬했는데선생님은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교탁을'탁' 내리치며 말했습니다."모두 교과서 덮어라!도덕은 이 책 안에 있지 않다.일 년 동안 너희는 진짜 도덕이라는 게 뭔지이 선생님을 통해 알게 될 것이다."그 순간, 학생들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저를 포함한 반 학생들은 선생님의 그 말씀이얼마나 멋있게 들렸는지 모릅니다.이후, 저희 반 학생들은도덕 선생님의 별명을 '추남'이 아니라,'대장'으로 부르며 따..

東西古今 2024.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