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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밭 / 김명인

고사리 밭  / 김명인 ​웃자라 활짝 핀 고사리를 며칠째 베어 낼 때부드러움에 감칠맛이 있다고 믿는 것으로척추를 세우기도 전에 이 노동은 질겨진다이슬로도 축이며 풀은 쇠는 것이어서고사리 밭 가운데서 푸드덕 꿩이 난다유월의 고사리는 맹금의 부리를 지녔다잡목을 몰아낸 승자의 터전으로비탈을 덮어쓰고도 독초처럼 진심을 감춘다사내들이 뱀이 많다는 고사리 밭을 가로질러 간다바닥째 들썩이는 피복의 힘,이 산등은 오래전부터 단장의 피 울음에 절었다​- 김명인,『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민음사, 2015)

이 한 편의 詩 2024.06.12

이응

발음이 뻑뻑해끙끙대는 글자들은모두 다내 등에 업혀술술잘 굴러갈 수 있게너희들바퀴가 되어줄게- 이사람, 동시 ‘이응’뻑뻑하던 발음이 기름을 칠해놓은 듯 부드러워집니다.이응 덕분에.끙끙 애쓰던 것이 술술 잘 굴러갑니다.이응 닮은 수레바퀴 덕분에.사람과 사람 사이도어색한 관계를 넘어가기 위해서는부드러운 말과 태도가 필요합니다.

여우와 농부

옛날 어느 마을에 농부가 살고 있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여우가 나타나 농부네 닭장에서닭을 물어갔습니다.'여우가 오죽 배가 고팠으면닭을 물어갔을까!'하지만, 이튿날에도 여우가 나타나서는닭을 물어갔는데 이번에도 농부는한 번 더 참기로 했습니다.그런데 얼마 후 또 닭을 물어가자더 이상은 참지 못한 농부는 덫을 놓았고마침내 여우를 잡았습니다.농부는 그냥 죽이는 것으로는분이 풀리지 않아서 여우꼬리에 짚을 묶은 후불을 붙여 고통을 주려고 했습니다.화들짝 놀란 여우가 뛰어간 곳은농부가 1년 내내 땀 흘려 농사를 지은 밀밭이었습니다.여우가 지나갈 때마다 불길이 계속 번졌고밀밭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습니다.'참을 인(忍) = 칼날 인(刃) + 마음 심(心)'두 한자가 합쳐진 참을 인(忍) 해석하면'가슴에 칼을 얹고 ..

東西古今 2024.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