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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호수 /류인순

겨울 호수  /류인순하얀 눈 소복한 상류에고요 속에 잠긴 호수가그대의 따뜻한 품처럼하얀 숨결로 다가오고끝없이 펼쳐진 호수는얼음 녹은 물줄기 따라파란 숨결 머금고낯선 고독을 품고 있다잔잔한 호수반짝이는 윤슬은차마 얼지 못한 내 마음조용히 흔들어 깨우고겨울 호수는 그렇게멈춘 듯 흘러가며봄날의 조각들하나하나 꿰매고 있다.

이 한 편의 詩 2025.01.16

초승달과 별 하나

10년 전 어린 딸아이를 데리고 단둘이서시골에 있는 부모님 댁에 다녀온 적이있습니다.고속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땅거미가 지면서 어둠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습니다.한참 동안 창가에 풍경을 보던 딸아이는밤하늘을 바라보더니 물었습니다."아빠, 낮은 환하니까해님이 혼자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달님은 캄캄한 데 혼자 있으면무서울 것 같으니까 반짝반짝 별님이랑같이 있는 거예요?"먹물이 번진 듯이 캄캄한 밤하늘을 바라보면서어린 딸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딸의 말을 듣고 나서야 창밖을 바라보니밤하늘에는 쪽배를 닮은 초승달이 걸려있고,그 옆에 환한 별이 떠 있는 것이눈에 들어왔습니다."그래, 그런가 보네.달이랑 별이 무섭고, 외로우니까같이 있는 건가 봐."그리곤 이내 나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버린귀여운 ..

東西古今 2025.01.16

돈의 가치

어느 날 남편이 만원 지폐 몇 장을 꺼내아내의 손에 꼭 쥐여주었습니다.지쳐 보인다며 어디 나가면 음료수라도꼭 사 먹으라는 당부의 말도잊지 않습니다.아내는 남편이 손에 쥐여 준돈을 받아 들고는 말했습니다."여보, 나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며칠 뒤 아내는 노인정에 다니는 시아버지께남편에게 받았던 돈을 드리며 말했습니다."아버님, 제대로 용돈 한 번 못 드려서 죄송해요.얼마 안 되지만, 다른 분들과 시원한거라도 사 드세요."시아버지는 그날 기분이 좋아서노인정에서 며느리 자랑에 하루가 다 갑니다.그리고 그 돈은 쓰지 않고, 방 서랍깊숙한 곳에 넣어둡니다.명절날, 손녀의 세배에 기분 좋아진 할아버지는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돈을 꺼내어손녀에게 줍니다.세뱃돈을 받아 든 손녀는 신이 나엄마에게 달려가 말했습니다."엄..

東西古今 2025.01.15

겨울 그리움 /오보영

겨울 그리움   /오보영그리운 이여혹시나 당신겨울이 오는 길목에 혼자 움츠리고 앉아시린 맘 달래고 있는 건 아닌지..언뜻 스쳐가는 당신위에내리쪼이는 이 햇살이 더 환하게 비추어따사하게 얼어있는 당신 몸과 맘을 좀녹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오보고픈 이여부디 다가오는 긴 겨울포근히 잘 지내다가우리내년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따뜻한 봄날활짝 펴진 얼굴로더 반갑게 만날 것을 기약하며찬 기운에아련히 밀려오는 이 그리움을삭이기로 해요

이 한 편의 詩 2025.01.14

피플 워커(People Walker)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배우척 매카시(Chuck McCarthy)는무명 생활이 길어지면서 출연 제의가 잘 들어오지 않았고,생계도 점점 더 어려워져만 갔습니다.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아르바이트를 구하려던 중이었는데,문득 기발한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그것은 바로 사람을 산책시켜 주는피플 워커(People Walker)라는직업이었습니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너무 생소한 일이었기 때문에처음엔 길거리에 전단을 붙이면서고객을 찾았습니다. 집 근처 공원과 거리를 함께 걸으면서이야기를 나누는 대가로 1마일(1.6㎞) 당7달러를 받는 것이었는데처음에는 장난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며칠이 지나자 같이 산책해 달라면서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걷기 운동에 재미를 붙이고 싶은 사람,밤에 ..

東西古今 2025.01.14

도라지차를 마시며

꽃차와 뿌리차의 차이에 대하여 생각한다뿌리는 제 뿔로 어둠을 부러뜨리며 나아갔을 것이므로 그도 땅속의 꽃에 다름 아니다꽃차를 마실 때 나의 표정이 우아하여 보이기를 꿈꾸지 않는다도라지차를 마실 때 땅속에서 핀 힘겨운 꽃잎과 지상에서 만나야 했던보랏빛 연민들도 함께 마셨다별처럼 하얀 꽃잎일 때도 있었다- 신재화, 시 ‘도라지차를 마시며’뿌리도 땅속의 꽃.그렇군요.보이는 것만 보지요.그러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쓴 뿌리들의 노고를 생각해보면눈물이 핑 돌 정도로 애틋해집니다.

暴雪이 한 닷새쯤 쏟아지면 / 이준관

暴雪이 한 닷새쯤 쏟아지면   / 이준관 ​폭설이 한 닷새쯤 쏟아지면, 그리하여오직 하늘의 새의 길도 끊기면,한 닷새 무릎까지 외로움에푹푹 빠지며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가도 좋으리.​간신히 눈 위로 남은빨간 山열매 두어 알로배를 채우고 가다 기진해서 쓰러져도 좋으리.눈 위에 누워너무나 아름다운 별에 흑흑 느껴 울어도 좋으리.​곰아, 너구리야, 고라니야, 노루야,쓰러진 나를 업어다 너희 이부자리에 뉘여다오.너희 밥솥에 끓는 죽을내 입에 부어다오.​폭설이 한 닷새쯤 쏟아지면나는 드디어 山짐승들과 한 食口가 되어도 좋으리.노루의 눈에 비쳐푸른 칡잎의 귀가 돋아나와도 좋으리.​사람들아, 내 발자국을 찾지 말아라.그 발자국은낮과 밤을 구분할 수 없이 쏟아지는 暴雪에덮이었으리니,이미 나는 눈이 길길이 쌓인 숲의 굴 ..

이 한 편의 詩 2025.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