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하고 아이 낳아 기르는 '미스 맘' 시대 오나
이혼 후 싱글인 상태에서 최근 임신 5개월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방송인 허수경(41)이 방송 토크쇼에 출연, 자신의 심경을 최초로 고백했다. 허수경은 “세 번의 시도 만에 임신에 성공해 현재 5개월째다. 12월 중순 출산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혼자 아이를 갖는 일이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생물학적 아버지는 중요하지 않다.”
기증받은 정자로 아이를 임신했다는 MC 허수경씨의 공개 선언으로 ‘배우자 없이 낳아 기르는 아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두 번의 이혼을 겪은 허씨는 “아이를 낳아서 키우면서 닥쳐올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있어, 제 자신이 아닌 모성애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남편은 없더라도 아이는 갖고 싶다’는 소망을 적극적으로 내비친 것은 허씨가 처음이 아니다. 소프라노 조수미씨도 2003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할 수만 있다면 인공수정을 해서라도 아기를 갖고 싶다. 아이를 가질 수만 있다면 노래를 당장 그만두겠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당시 조씨는 “미혼인 채로 마흔을 넘기고 보니 영원히 아기를 못 가질 것 같고…. 내 삶이 불행하게 여겨진다”고 말했다. 탤런트 김청씨도 최근 인터뷰에서 “결혼보다는 연애를, 연애보다는 아이를 원한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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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출산 예정인 MC 허수경씨. 기증받은 정자로 임신한 사실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SBS제공
배우자 없이 아이 낳기를 선택하는 여성을 ‘미스맘(Miss Mom)’이라고 부르는 드라마도 방영됐다. ‘싱글맘’은 이혼이나 사별로 아이를 혼자 키우게 된 여성까지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반면, ‘미스맘’은 아이에 대한 여성의 적극적인 선택을 강조한 신조어다. 어쩔 수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은 ‘미혼모’보다도, ‘본인이 원해서 혼자 낳아 키우는’ 여성 의지가 더 강하게 실렸다.
이 단어가 등장한 SBS 드라마 ‘불량커플’에서는 잡지사에 다니는 여주인공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갖기 위해 산부인과를 찾는 모습을 보여줬다. ‘불량커플’을 집필한 최순식(51) 작가는 “이미 15년 전부터 생각한 소재”라며 “하지만 당시에는 지나치게 파격적이라서 본격적으로 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제는 호주제도 폐지되는 등 어느 정도 적당한 시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법적 제재 없지만
그런데 배우자 없는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는 데 법적인 문제는 없을까. 현재로서는 그런 선택을 막을 법적 규정은 없다. 하지만 시술 병원에 따라 자체적인 내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놓은 경우는 있다.
대표적인 불임치료 병원인 차병원과 제일병원에는 ‘법적인 부부에 한해서’ 시술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도 유사한 기준을 제시한다. 1999년 만들어진 학회 지침에는 ‘비(非)배우자 인공수정시술은 법률적 결혼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병원과 학회의 가이드라인이 법률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만약 현재 입법 예고된 ‘생식세포 관리 및 보호에 관한 법률제정안(이하 생식세포관리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새로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본인의 불임치료를 목적으로 타인의 생식세포를 수증(受贈)하고자 하는 자는, 다른 치료방법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수증자가 될 수 있다’라는 규정이 들어있기 때문.
문제는 ‘배우자의 동의를 얻어’ 라는 부분이다. 배우자 없이 정자를 받기 원하는 경우, 당사자가 법적으로 합당한 자격을 갖췄느냐에 대한 다툼이 생길 수 있다.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안전팀 관계자는 “배우자가 있으면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배우자가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배우자 없이 아이를 낳기를 선택하는 여성들. 그들은 왜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일까. 허씨와 같은 ‘미스맘’을 다른 여성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 그래픽=이동운 기자 dulana@chosun.com
미혼 여성 17.7% “미스맘 선택 고려”
‘Why?’는 결혼정보 전문업체인 ㈜좋은만남 선우 부설 결혼문화연구소를 통해 미혼 여성 316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본인이 앞으로 배우자 없이 아이를 혼자 낳아 기를 생각이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 17.7%인 56명이 ‘그럴 수 있다’는 답변을 했다. 나머지 82.3%(260명)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미스맘을 지지하는 여성들 중에는 기존 결혼 제도에 대한 회의를 나타내는 이들이 많았다. ‘며느리나 부인의 직함은 얻고 싶지 않지만 엄마로서의 삶은 살고 싶다’ ‘아이는 좋은데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귀찮게 하는 남자 없이 키울 수 있어서’ ‘시댁과의 갈등을 피할 수 있어서’ 라는 응답도 있었다.
또한 상당수의 응답자가 ‘결혼은 못하더라도 내 몸으로 아이를 낳아 키워보고 싶다’고 답해, 아이에 대한 욕망을 강하게 드러냈다.
반면, 미스맘을 반대하는 여성들은 거의 대부분 ‘아버지 없이 자라날 아이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아이가 장차 자라서 견뎌야 할 사회적 시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로서 최대한 원만한 환경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 ‘(그런 결정을 하는 여성은) 무책임하다’ ‘이기적이다’라는 답이 대다수였다.
‘차라리 애완견을 기르는 것이 낫다’는 비난도 있었으며, ‘혼자서 경제적 부담을 감당하기 힘들어서’라는 현실적 이유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는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이견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이의 정서와 훈육을 위해서 아버지의 자리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지만, 일부에서는 ‘아버지다운 아버지를 찾기 힘들다’거나 ‘아버지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아이가 행복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연구실의 김혜영 실장은 “여성이 아이를 돌보는 종래의 역할에다 가정의 경제적 기반까지 책임질 능력을 갖추면서, 남편 없이도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의식이 싹트게 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허씨의 사례는 극히 예외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엄지연(가명·33)씨는 “허씨는 프리랜서라 시간을 비교적 자유롭게 낼 수 있고, 고소득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신정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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