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뚜르(Tours) 2007. 10. 30. 14:40
개요
체험으로 보통 잠에서 깨어난 뒤 회상을 통해 꿈을 꾸었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현실을 반영하는 꿈
현실과 꿈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철학자들 사이에 일치된 견해가 없으나 영국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우리가 깨어 있는 삶이라고 부르는 것은 끊임없이 계속되는 악몽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 "지금 내가 꿈꾸고 있다고는 믿지 않지만 꿈꾸고 있지 않다고 증명할 수도 없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철학자들은 깨어 있을 때의 경험은 생동감이 있고 조리가 있다는 점을 내세워 이 의문에 대답하고자 했다.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1596~1650)는 "우리가 깨어 있을 때 일어난 일들은 기억을 통해 하나로 연결할 수 있지만 꿈과 꿈 또는 꿈과 인생 전체는 기억을 통해 연결할 수 없다"고 했으며 러셀은 "깨어 있는 삶에는 어떤 일관성이 있으나 꿈은 제멋대로"라고 간단히 지적했다.
문화권에 따라서 꿈에 대한 생각도 다르다. 예를 들어 허드슨 만에 사는 에스키모인이나 말레이 반도에 사는 파타니족들은 사람이 잠자는 동안 영혼은 육체를 떠나서 특수한 꿈의 세계에 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면 영혼을 잃어버릴 수도 있으므로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필리핀 루손 섬에 사는 타잘족도 자고 있는 사람을 깨우면 심한 벌을 준다. 다른 문화권에서는 꿈속에서 일어나는 일과 현실을 같은 것으로 보기도 하는데, 가이아나에 사는 마쿠시 인디언족의 한 원주민은 꿈속에서 유럽에서 온 탐험대장이 자신에게 위험한 폭포 속으로 카누를 저어가게 했다고 해서 깨어나 화를 냈다고 한다. 지칠대로 지쳐 잠에서 깨어난 그에게 꿈이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킬 수는 없었다. 보르네오에 사는 원주민들에게는 남편이 자기 아내가 다른 남자와 간통하는 꿈을 꾸게 되면 그 아내는 친정으로 돌아가야 하는 전통이 있다. 남아프리카에 사는 줄루족의 어떤 남자는 친구가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꿈을 꾸고 나서 그 친구와 우정을 끊었으며 파라과이의 한 원주민은 선교사가 자신에게 총을 쏘는 꿈을 꾸고 나서 그 선교사를 죽이려 했다고 한다.
또다른 예에서는 꿈속의 사건을 현실에서 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1700년대 예수회 소속 성직자들의 기록에 따르면 미국 뉴욕 주에 살던 이로쿼이족 인디언들은 꿈 속에서 일어난 일을 가능한 한 빨리 행하는 것을 의무로 생각했다. 10명의 친구들이 호수에 얼어붙은 얼음구멍 속으로 들어가서 다른 구멍으로 나오는 꿈을 꾸었다고 한 인디언이 말하자 그 말을 들은 친구들은 이를 실행에 옮겼는데 불행히도 그 가운데 9명만 성공했다. 터키 남부에 사는 쿠르드족은 꿈 속에서 귀중한 것을 보면 실제로 그것을 가지려고 했으며 필요하면 무력도 사용했다. 캄차카 반도에 사는 어떤 원주민 부족은 여자가 자신을 좋아하는 꿈만 꾸면 그 여자에게 성적 애정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
이처럼 꿈을 현실과 동등한 것으로 보는 해석 속에서도 꿈과 현실은 구별된다. 어떤 경우에는 꿈과 현실을 구별하더라도 꿈을 깨어 있는 상태의 진부한 행위들보다 더 높이 평가하기도 한다.
예언적인 의미를 지니는 꿈
옛날 사람들은 꿈이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언한다고 믿었는데, 체스터비티 파피루스에는 고대 이집트의 12대 왕조(BC 1991~1786) 때부터의 꿈의 해석들이 기록되어 있으며, 〈일리아스 Iliad〉에는 아가멤논이 꿈속에서 앞으로 해야 할 일을 가르쳐주는 제우스의 사자를 맞이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BC 5세기경 고대 인도의 〈아타르바베다〉라고 하는 문서에도 꿈을 통한 예언에 관한 장(章)이 들어 있으며, 아시리아의 고도(古都) 니네베의 유적지 가운데 아슈르바니팔 왕(BC 668~627)의 도서관 서판(書板)에서도 고대 바빌로니아해몽 안내서가 발견되었다. 〈구약성서〉는 예언적인 성격을 지닌 꿈으로 가득 차 있는데 특히 이집트 왕 파라오와 요셉 및 야곱의 꿈이 인상적이다. 고대 이슬람 사람들 사이에서는 꿈을 통한 예언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 너무 큰 영향을 미쳐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570?~632경)는 이런 관습을 정식으로 금지하기도 했다.
고대 문헌이나 종교 문헌 속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꿈에 대한 믿음이 가장 많이 나타나는데, 대개 신이나 다른 존경하는 사람이 꿈속에 등장하여 위기에 몰린 사람(대개는 영웅이나 성직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예를 들어 고대 수메르나 이집트의 유적에서 이와 같은 기록을 발견할 수 있으며 〈신약성서〉나 〈구약성서〉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모르몬교의 창시자인 조지프 스미스(1805~44)는 꿈속에 천사가 나타나서 아메리카 인디언이 야곱의 12명의 아들인 이스라엘 12지파(支派)의 후손임을 밝히는 황금판이 묻힌 장소를 가르쳐 주었다고 말했다.
꿈의 예언들이 모두 쉽사리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예를 들면 〈오디세이아 Odyssey〉에서는 꿈을 '상아문을 지나오는' 거짓 꿈과 '뿔의 문을 지나오는' 바른 꿈으로 나눈다. 또 예언적인 의미는 꿈에 상징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성서에서 요셉은 곡식단·달·별을 자신과 형제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일반적으로 꿈을 해석하는 사람의 사회적 지위는 천차만별인데 꿈을 중요하게 여긴 문화권에서는 성직자나 그 사회집단의 장로 또는 주술사가 꿈을 해석하는 일을 맡았다.
해몽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아마 그리스 예언가 아르테미도로스 달디아노스(AD 2세기경)가 쓴 〈해몽 oneirocritica〉(꿈을 뜻하는 그리스어 'oneiros'에서 유래한 제목)일 것이다. 요즈음에도 꿈에 관한 책은 연애나 도박, 건강·일 등에 관해서 꿈을 중요시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고 있다.
질병치료에 쓰이는 꿈
이른바 예언적인 꿈은 고대 중동 문화권에서는 동물을 제물로 바치는 행위 같은 다른 예언 수단이나 질병의 치료와도 관계가 있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꿈이 직접적으로 질병 치료에 이용되었는데 환자는 신전에 가서 사제나 여사제의 도움을 받아 치료용 꿈을 꾸었다(→ 그리스 종교). 꿈의식(dream incubation)이라고 하는 이와 비슷한 방법은 고대 바빌로니아나 이집트에도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병에 걸린 사람들은 적어도 600곳 이상 되는, 병 고치는 신을 모신 신전으로 찾아가 의식을 거행하거나 제물을 바치고 난 뒤 신이나 사자(死者)가 꿈속에 나타나 병을 고쳐주기를 기원하면서 잠을 청했다. 신전 입구에 세워져 있던 많은 돌기둥에는 아직도 꿈 치료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깨어 있는 상태의 연속인 꿈
인류 역사 초기에도 꿈은 깨어 있을 때의 경험이나 욕구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BC 384~322)는 그 당시 다른 사람들이 꿈을 이용한 예언과 수면의식을 시행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저서 〈감각과 그 대상에 관하여 Parva Naturalia〉에서 "외부의 대상이… 몸속에 머물러 있다가… 처음 그대로 또는 저항에 부딪쳐서 다른 형태로 분해된 정동(情動)이… 되살아난다"고 한 데서 알 수 있듯이 꿈을 감각적인 느낌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보았다. 정신분석 전문가인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에 앞서 이미 아리스토텔레스는 수면중에는 감각기능이 떨어져서 꿈이 주관적인 감정의 왜곡을 받기 쉽다고 말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대에 앞선 통찰력을 가졌고 로마의 정치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BC 106~43)는 〈예언론 De divinatione〉에서 꿈을 이용한 예언을 맹공격했지만, 꿈에 초자연적인 특성이 있다는 생각은 19세기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1850년대 프랑스 내과의사 알프레드 모리는 3,000가지 이상 되는 꿈을 모아서 연구하여, 꿈이 외부 자극으로부터 생겨나며 동시에 자고 있는 사람의 느낌이 더해져서 만들어진다고 결론지었다. 어느날 모리는 자다가 그의 목 뒷덜미에 침대의 한 부분이 부딪치면서 잠을 깼는데 이때 그는 자신이 프랑스 혁명 재판소에 끌려가서 심문을 당하고 유죄 판결을 받아 단두대로 끌려가서 사형집행인에게 묶인 뒤 칼날이 자신의 목에 떨어져내리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영국 시인 새뮤얼 테일러 콜리지는 꿈속에서 창조적인 사고를 한 덕분에 〈쿠빌라이 칸 Kubla Khan〉이라는 작품을 쓸 수 있었다고 했다. 몽골 정복자에 관한 글을 읽다가 잠이 든 뒤 깨어나 구성이 완전히 짜여진 시를 쓸 수 있었는데 자고 있는 동안 꿈속에서 구성을 끝마친 것처럼 느껴졌다는 것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자신의 작품 가운데 많은 것이 꿈속에 나타난 '작은 사람들' 덕분에 쓰여졌으며, 특히 〈지킬 박사와 하이드 Dr. Jekyll and Mr.Hyde〉가 이런 예에 속한다고 했다. 독일 화학자 F.A. 케쿨레 폰 슈트라도니츠는 꼬리를 입에 물고 있는 뱀 꿈을 꾸고 나서 둥근 고리처럼 생긴 벤젠의 분자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독일 생리학자 오토 뢰비는 자신에게 노벨상을 타게 해준 개구리 신경을 이용한 실험은 꿈속에서 받은 영감 덕분이었다고 했다. 지금까지 예로 든 모든 경우는 꿈을 꾸기 전에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서 그것에 관한 생각을 실제로 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신분석학적 해석
프로이트의 초기 저작 〈꿈의 해석〉(1899)에 나오는 "꿈은 무의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주장은 그가 죽기 1년 전에 출판한 책에 나오는 꿈에 관한 마지막 글까지 계속되었다. 프로이트는 꿈의 괴상한 모습을 이론적으로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꿈을 해석하는 방법을 개발했으며 또 꿈의 잠재적인 치료 능력에 대해 자세히 밝혔다.
그는 또 잠자고 있는 동안의 사고는 원시적이고 퇴행성을 나타내는 경향이 있으며 망각(억압)효과가 감소한다고 했다. 억제된 욕구, 특히 성욕이나 적개심과 관계있는 욕구는 깨어 있을 때의 억제기능이 자고 있을 때는 감소하므로 꿈속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꿈의 내용은 방광이 꽉 차서 늘어나 있다든가 그 전날 낮에 경험했던 일, 어릴 때의 기억 등과 같은 자극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는 꿈 하나하나의 자세한 내용을 발현몽내용(發顯夢內容)이라고 하고 발현몽내용으로 나타나리라 생각되는 억제된 욕구를 잠재몽내용(潛在夢內容)이라고 했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꿈꾸는 사람은 꿈작업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억제되어 있는 욕구 즉 잠재몽내용을 이상한 발현몽내용으로 바꾸어냄으로써 잠을 깨거나 스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욕구를 알게 되는 불쾌한 일을 피하는 것이다. 또 실제 깨어 있을 때 충족되지 않는 충동이 꿈속에서 지각(知覺) 영상이나 장면으로 나타난다. 꿈에 대하여 프로이트는 "날카로운 사고의… 모든 언어 수단이… 끊어지고… 추상적인 용어가 구체적인 모습으로 되살아난다. 특정한 물건이나 행위를 나타내기 위해 매우 많은 상징을 이용하는 점은 정신적 능력과 검열의지의 퇴행과 맞물려 나타난다"고 믿었다.
또한 압축이라고 하는 과정을 통해서 하나의 발현몽내용은 여러 가지 잠재몽내용을 나타낼 수 있으며 그 반대로 여러 가지 발현몽내용이 하나의 잠재몽내용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론적으로 어떤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감정이 꿈속에서는 다른 사물이나 사람에게 전위되어 나타나기도 하며 혹은 전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또 '2차가공'이라고 하는 과정이 있는데 이것은 잠에서 깨어나 꿈을 기억하려고 할 때 일어난다. 즉 가공과 합리화라는 과정을 통해서 꿈을 사실과 다르게 기억하기도 하고 "찢어지고 갈라진 금을 메꾸고 장식하여(또는 생략을 통해) 말끔한 외관을 만드는 것처럼" 꿈을 손질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2차수정'이라고 한다. 꿈의 잠재적인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서 프로이트는 꿈에 관한 자유로운 연상을 하도록 했는데, 정신분석가는 이 자유연상을 분석하는 한편 환자의 개인적인 욕구를 이해함으로써 꿈이 무엇을 나타내는지 판정할 수 있다.
카를 (1875~1961)은 꿈이 특정한 본능적 충동과 관련된 깨어 있을 때의 정신생활을 보완한다는 프로이트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았다. 융은 꿈이란 보상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도중에 잘 드러나지 않는 성격의 부분들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것이라고 보았다. 즉 꿈이란 24시간 계속되고 있는 정신활동의 유출이 조건이 알맞을 때 잠 속에서 표면에 떠오르는 것으로, 사람의 행동이 자신의 진정한 인격 요소와 어긋날 때는 깨어 있는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꿈은 금지된 욕구를 감추거나 위장하기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고 반대로 평소에 주목받지 못하던 영역에 주의를 기울이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기능은 사람이 균형이 잘 유지된 생활을 하고 있을 때에는 자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지만, 만약 그렇지 않으면 깨어 있을 때의 불쾌감과 병적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꿈을 해석할 필요가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이다. 꿈의 해석은 하나의 꿈을 가지고 여러 가지 연상을 하게 하는 것보다는 일련의 꿈들을 이용해서 반복되는 요소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좋다.
꿈에 관한 연구
■ 꿈에 대한 조사
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꿈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들이 어떻게 꿈을 꾸는가는 명확하게 알 수 없다. 꿈은 '개인의 기록이며, 자기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인식되므로 꿈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관찰가능한 행동으로부터 추론해야 한다. 또 관찰 방법이나 목적도 결론에 영향을 미친다. 평소대로 자기 집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난 사람들의 꿈은 연구 목적으로 관찰한 사람들의 꿈보다 성적이거나 감정적인 내용을 더 많이 담고 있다. 색채가 있는 꿈을 꾸는 경험을 스스로 인식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자세히 물어보면 그것을 인식할 수 있다. 아침에 조사하는 것이 초저녁에 조사하는 것보다 더 많고 복잡하다. 물론 많은 시간이 흐른 뒤에 조사하는 것과 즉시 물어보는 것도 차이가 나며 단순한 조사자보다는 정신분석 전문가가 성적인 꿈에 대한 것을 더 많이 알아낼 수 있다. 이처럼 꿈에 관한 조사·연구는 복잡하지만 일반적인 꿈의 특성을 알아내기 위해 많은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꿈꾸는 시간의 길이도 사람에 따라 크게 다르며 같은 사람이라도 꿈꿀 때마다 다를 수 있다. 따라서 꿈 자체의 길이도 다를 것으로 추리할 수 있다.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꿈에 대해 스스로 기록하도록 한 결과 1,000단어 이상 되는 것도 있지만 90% 정도는 150단어를 넘지 않았다. 좀더 자세히 물어봤더니 그중 1/3 정도는 300단어 이상으로 늘어났다.
어떤 연구자들은 꿈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환상적이거나 이상하지 않다는 조사결과가 계속 나오자 놀라기도 했다. 또 어떤 이는 현대예술 용어를 빌어 시각적인 꿈은 전형적으로 현실에 충실하며 추상적이거나 초현실적인 꿈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상주의로 규정되는 꿈은 구상주의의 변형일 뿐이었다. 매우 짧은 꿈을 빼고 일반적으로 꿈은 일상적인 환경의 틀을 배경으로 전개되는데, 그 가운데 절반 정도는 익숙한 배경이며 이국적이거나 낯선 배경은 매우 드물다.
꿈은 또 상당히 자기중심적이어서, 꿈을 꾸는 사람은 주로 다른 사람들이 등장하는 꿈에서도 자기가 그 꿈 속에 있었던 것처럼 느끼게 된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텅빈 꿈의 세계는 거의 없으며, 2/3 정도는 알고 있는 사람들의 꿈을 꾸게 된다. 대개는 평소에 잘 아는 사람들이고 약 20% 정도는 가족에 대한 꿈이다. 유명한 인물이나 이상한 모습의 사람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꿈은 전형적으로 시각적 영상을 수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상 그것이 없다면 '꿈'을 꾼다기보다 단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고 느낄 수도 있다. 소리가 위주로 된 꿈은 드문 편인데 대개는 실제 잠을 깨울만한 소리가 있을 때 그런 꿈을 꾸는 것 같다. 그 반면에 소리가 전혀 없는 꿈도 흔하지 않다. 꿈이라고 불리는 것이 있지만 감정적인 뉘앙스가 너무 강할 때는 꿈꾸는 시간 가운데 약 2/3 정도는 기분이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공포와 불안이 가장 흔히 나타나는 감정이며 그 다음에는 분노가 많다. 기분이 좋다고 하는 경우는 대부분 호의적인 상태로 표현된다. 명백하게 성(性)과 관계있는 꿈은 많지 않은데 연구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 가운데서는 특히 적었다.
일반적으로 꿈은 현실을 재현하는 성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이상하고 낯선 측면도 있으며 이것은 시간과 목적의 불연속성과 관계가 있는 것 같다. 꿈에서는 낯익은 강당에서 강의를 듣는 대신 갑자기 펜싱 경기를 보다가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풀장 옆을 걸어갈 수도 있으며, 또는 2사람이 엘리베이터 옆에 서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복도에 누워 듣고 있다가 갑자기 손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고 반창고를 찾기 위해 빈 방에서 약장(藥欌) 쪽으로 걸어갈 수도 있다. 이와 같은 갑작스런 장면의 변화 때문에 꿈이 이상하게 느껴지며 깨어나서도 내용을 확실히 기억할 수 없게 되고 따라서 더욱 더 알쏭달쏭해지고 신비로워지는 것이다.
■ 꿈에 관한 생리학적인 연구
1953년에 꿈 연구에 관한 새 시대가 열린 것은 자고 있는 동안에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급속안구운동(rapid eye movement/REM)이 꿈을 꾸는 것과 관계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였다(→ 눈). 잠든 뒤 1시간 정도 지나면 감긴 눈꺼풀 아래에서 급속안구운동이 일어나는데 이때 뇌파기록기로 뇌파도(electroencephalogram/EEG)를 측정해보았더니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한 모양의 뇌파가 나타났다. 급속안구운동성 수면 중에 깨웠을 때는 27번 가운데 20번은 꿈의 내용을 생생하게 기억했으나 비(非)급속안구운동성 수면중에 깨운 경우에는 23번 가운데 겨우 4번만 기억했다. 그뒤 급속안구운동과 뇌파를 이용한 연구가 수천 가지 이상 실시되었으며 그와 같은 체계적인 연구로 급속안구운동과 뇌파 활동의 증가 및 꿈에 대한 기억 사이에 관계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즉 생생하고 시각적인 꿈은 대개 급속안구운동 및 뇌파 활동의 증가와 관계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그러한 상태에서 잠을 깨게 되면 사람들은 꿈의 약 80% 정도를 시각적인 형상과 함께 생생히 기억했다. 급속안구운동이 없을 때 잠을 깬 사람 가운데도 어느 정도는(30~50% 정도) 기억하나, 이때는 잠들었을 때의 체험을 '생각 같다'고 느끼거나 실제 있었던 일 같다고도 했으며 깨어 있을 때의 경험과 비슷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강했다.
비동기성 수면(非同期性睡眠)은 동물실험 결과 원숭이·개·고양이·쥐·코끼리·뾰족뒤쥐·주머니쥐 등 모든 포유류에서 관찰되었으며 조류와 파충류의 일부에서도 관찰되었다. 동물의 뇌 가운데 특정 부위를 파괴하여 실험한 결과, 비동기성 수면은 뇌간(腦幹)의 일부분인 교피개(嬌被蓋)와 관계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다른 증거에 따르면 비동기성 수면은 뇌 속에 있는 화학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과 관계가 있으며, 다른 상태의 수면은 세로토닌과 관계가 있다. 그밖에 비동기성 수면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생리적 현상으로는 호흡 및 맥박수 불규칙, 골격근육 이완(하등동물의 경우), 혀뿌리 부근 근육들의 전기활성 감소, 음경발기, 질(膣)로 가는 혈액량의 증가, 자궁수축(사람의 경우) 등이다.
뇌파도에 꿈을 꾸고 있는 뇌파가 나타날 때마다 잠을 깨워 비동기성 수면을 오랫동안 박탈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이 꿈꾸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오랫동안 비동기성 수면을 박탈하고 나서 방해하지 않고 편안하게 자게 해주면 꿈을 꾸는 비율이 늘어난다. 이처럼 꿈이 많아지는 효과는 비동기성 수면의 박탈 때문에 얼마나 많은 괴로움을 당했느냐에 따라 며칠간 더 계속되기도 한다.
잠자는 시간의 마지막 6½~7½ 시간에 오는 비동기성 수면 동안 약 40%는 스스로 잠에서 깨는 경향이 있다. 이 비율은 꿈을 기억하는 비율과 거의 같은데 사람들이 전날 밤 꿈을 꾸었다고 하는 비율은 약 35% 정도(대략 3~4일에 1번 정도)이다. 꿈의 길이와 종류도 얼마나 빨리 잠을 깨웠느냐 하는 점과 기억하려는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 어떤 사람은 평균 이상 기억해내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극단적인 이 두 집단에 속하는 사람들의 비동기성 수면의 양에는 차이가 없으나 단지 기억을 적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억제하거나 부정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정신분석에 관한 문헌에는 자신의 욕구나 방금 겪은 경험 및 오래된 경험을 반영하고 있는 꿈에 대한 보고가 많으나, 비동기성 수면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말을 하거나 피부에 물방울을 떨어뜨려서 자극을 주더라도 그 자극이나 비슷한 것에 대한 꿈을 꾸었다고 하는 사람은 매우 적다. 마찬가지로 잠들기 전에 인상적인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 약간의 영향은 있을지 몰라도 역시 그같은 식의 영향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암시(暗示)에 걸리기 쉬운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놓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하면 그대로 꿈을 꾸는 경향이 있으나 깨어 있는 상태에서 직접적으로 준 암시가 꿈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보통 비동기성 수면의 비율은 18~30% 정도로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나 꿈의 양이나 내용과는 별로 관계없는 것 같다. 또 비동기성 수면은 낮에 있었던 활동이나 사람에 따른 성격상의 특성(예를 들어 과학자·운동선수·가정주부·예술가 등)과 관계없는 것 같고 실제 관련성을 판별해낼 수 있는 믿을 만한 방법도 없다. 정신분열증이나 정신박약 같은 질환도 급속안구운동성 수면에 그렇게 영향을 주는 것 같지 않다.
꿈과 비슷한 활동
전형적인 꿈과 비슷하지만 구별되는 것으로 사람이 잠들려고 할 때 경험하는 입면시환각(入眠時幻覺 hypnagogic revery)과 잠에서 깨려고 할 때 경험하는 각성시환각(覺醒時幻覺 hypnopompic revery)이 있다. 그리고 잠자는 동안에 생기는 것으로는 악몽을 비롯해 몽정 등의 성적 행위와 몽유병이 있다. 심지어 표면상 깨어 있는 사람도 환각이나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는 행동, 약에 대한 반응 등과 같은 현상을 나타낼 수 있다.
급속안구운동은 잠들려고 할 때의 특징은 아니지만 사람의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졸린 상태를 지나 잠들려고 할 때(EEG 상태로 짐작) 깨우면 약 90% 정도는 꿈과 비슷한 입면시환각을 느꼈다고 하며 입면시환각의 약 80% 정도는 시각적인 환각 즉 환시이다. 만약 꿈이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환각적이고 어느 정도 극적인 것이라고 정의한다면, 졸거나 잠이 막 들려고 하는 상태에서 깨우면 약 75% 정도는 꿈으로 분류할 수 있는 경험을 기억해낸다. 이와 같은 '작은 꿈'들은 감정적인 측면(기분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따위)이 덜하고, 길이가 더 짧으며 덜 정교하다는 점에서 꿈과 관계있는 급속안구운동성 수면과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입면시환각은 추상적인 생각과 섞여 있으며 최근에 있었던 일(주간잔상)이 기억 속에 되살아나는 것으로 잠이 들려고 할 때의 특징이다. 아침에 잠에서 완전히 깨기 전에 경험하는 각성시환각은 자면서 꾸었던 꿈이 되살아나거나 또는 일시적으로 급속안구운동성 수면으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생기는 것 같다.
야경증·악몽·몽유병·야뇨증 등 수면 도중에 나타나는 극단적인 증상들은 보통의 꿈과는 대개 무관함이 밝혀졌다. 야경증은 갑자기 잠에서 깨어 울기도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앉아 겁에 질린 것처럼 눈을 크게 뜨고 얼어붙은 듯이 몇 분 동안이나 가만히 있는 것이 특징이며 꿈과는 달리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 아동의 약 2~3% 정도에서 찾아볼 수 있으며 그 가운데 절반 정도는 4~7세에, 10% 정도는 12~14세에 발생한다. 악몽은 질식당하는 것 같고 당혹감을 느끼며 무시무시하고 위험한 기분으로 잠에서 깨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들 가운데 5~10%가 악몽을 경험하며 8~10세에 가장 많이 생긴다. 야경증과 악몽은 꿈을 꾸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 깊은 잠에서 갑자기 깨어나는 원인이 되며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잠에서 깨자마자 생기는 감정적인 장애 때문인 것같다.
몽유병은 아이들 가운데 약 1%의 비율로 관찰되며, 11~14세에 가장 많다. 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아이가 잠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뜨고 장애물을 피해가면서 걸어나오며, 깨어난 뒤에는 그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뇌파를 이용한 연구에 따르면 몽유병은 꿈을 꾸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깊은 잠에서 생긴다. 야뇨증은 4세 이상 된 아이들의 약 1/4에서 나타나는데, 비동기성 수면이 아닌 깊은 잠에서 생기므로 급속안구운동과는 관계가 없다.
잠을 자면서 사정하는 몽정은 연구 목적으로 관찰한 사람들에게는 거의 생기지 않았다. 많은 남자를 대상으로 그들의 성생활에 관한 설문조사를 했더니 약 85%가 몽정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으며 10대와 20대에서는 1개월에 1번 정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37%가 성적인 꿈을 꾸었다고 대답했으며 때로는 오르가슴을 느끼기도 하는데 횟수는 평균 1년에 3~4회 정도였다. 그렇지만 남녀 모두 대부분은 오르가슴은 느끼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남자는 몽정의 대부분이 성적인 꿈과 관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몽정과 관계된 꿈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러한 꿈과 유사한 증상들은 약물중독에 의한 몽환이나 섬망, 환각 등과 마찬가지로 외부환경에서 들어오는 감각자극을 중추신경계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결과 생리활동이 환경의 속박을 벗어나 주관적·무비판적인 사고와 지각이 정신을 지배하는 것이다.
고대로부터 꿈은 예언의 원천이나 현실의 일부, 치료의 수단 또는 깨어 있는 상태의 연속이나 보조물로 생각되었다. 정신분석가들은 꿈의 개인적인 의미와 그 사람의 욕구 및 두려움과의 관계를 더 중요시한다. 오늘날 꿈에 대한 연구는 복잡한 생화학 및 신경생리학적인 근거를 알아내기 위한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꿈은 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하는 주장부터 신경계의 물리적 활동의 일부라고 보는 견해까지 수많은 이론이 있으나 아직 어떤 한 가지 이론도 꿈에 관한 모든 것을 만족스럽게 해명해주지 못하고 있다.
Macropaedia| 金相吉 옮김

'東西古今'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결혼 안하고 아이 낳아 기르는 '미스 맘' 시대 오나 / 펌  (0) 2007.12.10
천년의 병기  (0) 2007.11.23
백산 상회  (0) 2007.10.30
궁녀  (0) 2007.10.20
권필(權韠, 1569-1612)의 편지  (0) 2007.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