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영토분쟁

뚜르(Tours) 2008. 9. 4. 10:15

 

 

 

 

가시고기 수컷 두 마리를 작은 어항에 넣으면 영토싸움을 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물론 먼저 넣은 수컷이 어항 속의 영토를 장악합니다.
어항 속에 깔아 준 모래를 파 내고 그 위에 수초를 가져다 집을 짓습니다.
그리고 주변을 돌며 경계를 합니다.

두 번째 큰 수컷을 어항에 넣으면 먼저 들어가 있는 작은 수컷의 경계가 한층 강화됩니다.
두 물고기는 격렬한 영토싸움을 벌입니다.
이때 재미있는 것은 큰가시고기의 공격력이 언제나 자기 집과의 거리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입니다.
자기 집 주변에서는 사람이 손가락을 대면 물어 뜯으려 할 정도로 광포하지만, 집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공격력이 약해집니다.

아무리 힘이 세고 큰 고기라도 자기 집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에는 도망을 치고,
아주 작은 고기라도 바로 자기 집 주위에서는 자기보다 훨씬 큰 놈을 공격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공격의 세기는 가시고기가 적으로부터 확보할 수 있는 자기 영토의 크기로 나타납니다.

가시고기 두 마리가 싸울 때 수세에 몰린 큰 수컷은 자기 영토를 향해 도망갑니다.
이렇게 되면 공격을 하던 작은 물고기는 의기양양해서 도망가는 큰 물고기를 추격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작은 수컷은 공격을 하면서 추격하는 동안 점점 자기 집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어느 지점에 이르면 상황이 바뀌어 도망가던 수컷은 다시 용기가 충천해지고 뒤쫓던 놈은 약해집니다.
즉 허겁지겁 도망가던 놈이 자기 집 근처에 도달하면 새로운 힘을 얻어 갑자기 돌아서서는 추격해오던 놈을 공격합니다.
이런 식으로 싸움의 양상은 바뀌어 동일한 길을 따라 반대 방향으로 추격전이 다시 시작됩니다.

영토싸움은 가시고기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게 거미 곤충(귀뚜라미 잠자리 사마귀 등), 그리고 대부분의 척추동물에서 일어납니다.
왜 영토싸움이 일어날까요?
동물이 영토를 장악하는 이유는 짝을 지어 자손을 낳아 잘 기르기 위한 것입니다.
영토가 없거나 영토를 빼앗긴 동물들은 짝을 짓지도 못하고 먹을 것도 보장 받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동물들에게 영토는 생존권입니다.

그래서 영토를 방어하는 행동은 본능적입니다.
방어하기 위해 동물은 많은 비용을 지불합니다.
새들은 봄이 되면 영토를 장악하고 노래를 합니다.
영토 경계지점을 돌며 노래를 불러 광고를 해야만 영토를 빼앗기지 않습니다.
이 광고를 소홀히 하면 금방 옆에 있던 놈이 차지하게 됩니다.
실험적으로 영토를 갖고 있는 수컷을 잡아내서 잠시 새장에 가둬두면
그 자리를 이웃에 사는 수컷이 점령하는 것을 그리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자기 영토를 알리고 방어하기 위해 광고하는 방법에는 소리만 있는 게 아닙니다.
경계지점을 돌면서 냄새 흔적을 남겨 광고하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잘 보이는 곳에서 몸의 색깔이나 무기가 될 만한 몸의 가시를 보여 주면서 광고하는 동물들도 있습니다.

최근 일본이 또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사실 국가 간 영토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일본은 지금 독도 외에도 홋카이도(北海島) 북쪽 4개의 섬을 두고 러시아와 분쟁을 하고 있고,
남쪽에는 센카쿠(尖閣) 열도를 놓고 중국과 분쟁 중입니다.

이유야 무엇이든 영토는 장악하고 있는 나라에 우선권이 있다는 것이 동물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습니다.
현재 홋카이도 북쪽 4개 섬은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외교적으로 이 섬의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센카쿠열도는 일본이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은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여 가끔 마찰을 빚기도 합니다.

아무리 작은 나라라고 할지라도 선점하고 있는 나라를 함부로 침략할 수 없다는 것을 동물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영토를 장악하고 있는 나라는 침입해오는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는 게 본능입니다.
그래서 큰 나라라고 해서 쉽게 침범할 수 없습니다.
이때 영토를 장악하고 있는 나라는 생존권을 위해 모든 것을 올인할 수 있지만 침입자는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일본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침입을 하기보다 계속 분쟁을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한국이 작은 물고기, 일본이 큰 물고기라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일본은 절대 독도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기네 교과서에다 명기해서라도 후손들이 되찾아오기 바랄 것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입니다.
영토를 장악하고 있는 우리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물들이 자기 영토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이 투자하는지를 안다면 그 해답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습니다. 

                                              박시룡 / 자유칼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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