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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 더욱 새로워지는 미국

뚜르(Tours) 2008. 11. 17. 10:05

 

대선후 더욱 새로워지는 미국 

 

노란 낙엽, 붉은  낙엽,  비엔나 동리가 온통 낙엽에 파묻혀 있다.   
따사로운 햇살이 싫지 않은 아침이다. 
새빨간 버닝 부시(Burning Bush)는 태양 빛을 받으며, 더욱 빨갛게 타오르고 있다. 
오늘도 공원을 걸으며 지난 11월 4 일 밤, 대통령 선출 후 축제들을 회상해 본다. 
시카고 그랜드 공원(Grand park)에 수십만 명의 군중이 모여,  성조기를 흔들면서 오바마 후보가  미국 44대  대통령에 선출된 것 을 축하 하는, 열광과 환호의 축제였다.  
뉴욕시 맨해튼의 타임스퀘어 광장,  워싱턴 DC 백악관 앞에 한밤중에 시민들이 쏟아져 나와 새 대통령 선출을 축하했다.

무엇보다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은 패배한 공화당 후보의 멋진 승복의 메시지였다.

“ 나는 열심히 싸웠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낙선되었다.
미국국민이 민주당 후보, 오바마를 대통령으로 선출 했다.
오바마 당선자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낸다. 
오바마는 나의 대통령이다. 
나를 지지한 여러분들,
나와 함께, 이번에 당선된 오바마를 지지합시다.  
오바마는 나의 대통령,  여러분들도  그를 지지해 주셔야 합니다.”

공화당 매케인 대통령 후보의 대선 경선후 승복의 연설이다.  
그는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오늘  미국에서는 흑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그는 말 했다.

“투표권도 없었던 흑인들을 해방 시키고, 인종 차별을 제거하고, 
오늘날  흑인을 대통령으로 선출할 수 있는 역사적인 사회로 발전한 나라가 미국입니다.  
미국에서는 누구든지 자기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산 증거를 보여준 날 입니다. 
어찌 내 나라,  미국을 사랑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오바마 후보를 맹렬히 비방하던 공화당 중견들, 또 경험 없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비난 했던 사람들도
오바마 당선 후에는, 모두가 일치단결하여  한 목소리를 냈다. 

“우리는 오바마를 새 대통령으로 선출  했다. 
서로 의견을 달리 했던 것은 다 잊어버리고 새 대통령을 두 손 모아 지지해야 합니다.” 

2년간이나, 치열하게 싸워 오던 대선 캠페인이었지만 새 대통령을 선출 한 후에는 국민 모두가 한 목 소리를 내어 새 대통령 지지에 여념이 없었다. 

 


미국이 보여주는 민주주의의 힘이요  국민단합이다.

이번 선거를 보면서 19세기에 미국을 여행하고 관찰한 후  ‘미국 민주주의(Democracy in America- 1835년 출판)’란 역저를 펴낸 알렉스 토고빌( Alex de Tocqueville)의 글을 상기 해보았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유럽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민주주의다. 
특권층이 없고,  계급이 없는 사회, 누구든지 열심히 일해 잘 살아야 하겠다고 생각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나라.  
정부가 오른 쪽으로 치우칠 땐, 왼쪽으로, 왼쪽으로 치우칠 땐 오른 쪽으로 밀어대어 중간노선을 걷게 하는 것이 미국식 민주주의다. 

 

 
사회가 무엇이 잘못 되었을 때, 곧 시정하고, 사회혁신과 새 실험(social experiment)을 할 수 있는 체제가 미국의 민주주의다.  땅은 넓고,  자원은 풍부해 사회를 새롭게 건설하는, 늘 사회 혁신을 하는 민주주의 국가  미국이다. 
19세기에 일어난 미국의 민주주의가 오늘날 21세기도 계속되고 있다. 
노쇠한 나라가 아니다. 
지속적으로 새로워지는 미국, 혁신과 혁신을 거듭하며 늘 젊어지는 나라가 미국인 것 같다.

11월 4일 밤, 오바마 당선  연설을 잠간 살펴보자.

 

 

“여러분은 저를 위해 대통령을 선출 한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들을 위해, 여러분들의 장래와 희망 그리고 꿈을 이루기 위해 저를 선출한 것입니다. 
산적한 금융위기, 경제침체, 전쟁, 교육, 건강보험 문제 등을 풀어나가기 위해 저를 선출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갈 길이 험합니다.  우리는 인내를 갖고 함께 걸어가야 합니다.  1,2년 내에, 또는 제 4년 임기 내에 다 이루어  지지 못 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 는 꼭 해낼 것입니다.
차근차근히 중산층을 올바로 재건하고 미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회복 할 것입니다."

희망을 불 지르며,  인내를 호소하는 연설이었다. 
또한 오바마는 이렇게 외쳤다.

“월가(wall street)와 우리가 살고 있는 거리(main street)가 멀어져 가고 있는 사회를 조성 했습니다.  잘 사는 사람들, 박봉에 쪼들리는 다대수의 시민을 분리시키는 풍토를 조성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우리는 노약자도 젊은이도 모두 다 잘 살 수 있는 건전한 사회를  구성해야 합니다.”

 

자유방만한 개인주의에 치우친 풍조로부터 공동체를 되살리겠다는 비전을 제시 한 것입니다.  서부 개척을 위해 마차(wagon) 행렬을 이루고 가다가 인디언들이 습격하면 모두 마차로 울타리를 만들어,  공동체를 위해 싸워온 장면을 연상 하게하는  공동체 재건을 위한 연설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미국이 힘들어질 때,  미국이 난제와 난제 속에서 헤맬 때, 새로운 지도자가 나와 미국을 새롭게 하는 장면입니다.  미국은 19세기에 토코빌이 말했던 것처럼 미국 사회를 새롭게 하는 혁신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 것 입니다.

 

미국의 정신은 무엇인가? 
미국을 새롭게 하는 영혼은 무엇인가? 
민족정신도 아니고, 역사바로잡기도 아닙니다. 
미국의 정신은 간단하고 누구든지 쉽게 이해 할 수 있는  ‘미국 독립선언문’의 ‘서두’에 잘 담겨 있습니다.

"….. 모든 사람은 평등하다. 
조물주는 인간에게 누구든지 빼앗아 갈 수  없는 권리를 부여 했다.
이 권리는 삶의 권리,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권리가 포함되어 있다. 
정부는 이것을 보호 하는 것이다. 
정부가 이것을 파괴 할 때는 그 정부를 갈아 없애야 한다. 
정부의 권한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얼마나 멋진 정신인가. 
미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1776년 독립전쟁 당시의 미국시민은 거의 모두가 백인들이었다.
소수 민족은 거의 없었다. 
그때 미국인구의 10%가 희생되며 독립을 위해 싸워 미국을 건국  했다. 
이들 백인들은 기득권을 부르짖지 않고 미국의 혁명을 지속 시켰다.
만민이 평등하고, 누구든지 꿈을 이룰 수 있는 미국, 
오늘 날 흑인 대통령이 나오고 한국의 2세, 3세들이 주류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게 만든 미국의 발전은
이 미국의 영혼,  바로  미국 독립 선언문에 기재되어 있는 정신이다.

미국은 개인주의(individualism)를 뿌리로 하고 있는 민주주의를 세웠다. 
이렇게 다민족, 다인종,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면서 공동체를 이루고 평화롭게 살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공동체를 엮어가는 접착제는 무엇인가?

    Honesty
    Integrity
    Due process

정직, 고결, 올바른 절차는 미국 생활 행동의 지침이다. 
한국말에는  Integrity를 정확히 옮길만한 말이 없다. 
억지로 번역을 한다면 ‘늘 올바른 행동을 할 수 있는 지침, 또는 완전히 이루어지는 상태’이다.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는 데는 늘 절차, due process를 중요시 하는 지침이다. 
이 세 가지가 개개인의 행동지침으로 자연스럽게 실행 될 때에
개인주의는 남을 나처럼 사랑 하고 남을 존중 하며 공동체의 질서를 지키게 된다.
서로 다르면서도 평화스럽게 공존공생 할 수 있는 것은
이 미국의  정직, 고결, 올바른 절차라는 개인이 지켜야 하는 사회 접착제가 있었기에 가능 했다.

낙엽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계절이 바뀌고 곧 새 봄이 온다는 신호를 해 주는 것 같다. 
새로운 봄을 맞아 미국도 새로워 질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있다.

 
                                                             조선형   /  비엔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