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西古今

[만물상] 흑자 世代, 적자 世代

뚜르(Tours) 2010. 8. 9. 23:56

"평생 총소득이 똑같은 세 명의 납세자 A,B,C가 있다. 이들 중 A와 B만이 자신의 은퇴를 대비해 저축을 했다. 여기서 B는 자신의 저축을 자식에게 물려주었다고 가정하면 가장 손해 볼 사람은 A다. 그는 B와 C를 위해 저축한 재산의 일부를 내놓도록 강요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연금 전문가 유진 스토이얼의 말이다. 아껴쓰고 저축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몫까지 부담하는 상황을 빗댄 것이다.

보스턴대학 경제학 교수 로렌스 코틀리코프는 미국이 겪게 될 미래세대의 부양능력 부족과 정부의 재정파탄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정부 예산이 세대별로 어느 정도씩 분배되는지 추정하기 위해 '세대 회계'(世代 會計·generational accounting)라는 분석기법을 개발했다. 세대별로 그들이 평생 내는 세금과 그들이 연금·의료·교육의 형태로 평생 받게 되는 수익을 비교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6일 일본 히토쓰바시대 경제연구소가 조사한 일본의 '세대 회계' 결과를 보도했다. 60대 이상은 평생 1억4700만엔을 세금으로 내고 연금 등으로 1억8700만엔을 받는다. 대충 4000만엔의 이익을 보는 '흑자인생'이다. 하지만 20대 미만은 세금은 2억100만엔을 내는데 1억1800만엔의 혜택을 보는 '적자 인생'이다. 두 세대 간 격차가 1억2300만엔이나 된다. 20대 미만의 적자는 5년 만에 거의 2배가 됐다.

▶나라 운영에 돈이 모자라면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 표 떨어지는 게 무서운 정치인들은 지출 삭감이나 세수(稅收) 증대에는 용감하게 나서지 못한다. 그래서 불만 없고 참정권도 없는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떠넘기기 일쑤다. 어차피 계산서는 수십 년 뒤에야 돌려질 것이다. 자식 세대, 손자 세대의 어깨에 짐을 지우는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지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른 고령화·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올해는 20~64세의 경제활동인구 100명이 65세 이상 노인 15명을 부양하지만, 2050년엔 72명까지 부양 인구가 늘어난다고 한다. 어느 학자는 "우리들은 미래 세대가 부담할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이 쓰라고 한 적도 없는 '카드 빚 청구서'를 받아든 우리 후손들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하다.

 

조정훈 논설위원 donju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