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영향력이 큰 매체 중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철의 여인(Iron Lady)'이라고 부른 것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처음이었다. IHT는 지난달 박 대통령의 인생 역정(歷程)과 원칙 위주의 대북(對北) 정책을 소개하면서 그를 '철의 여인'으로 호칭했다. 공산주의 진영과 좌편향 노조에 단호한 입장을 취했던 고(故)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의 별명을 박 대통령에게 사용한 것이다.
그 후 지난 7일의 한·미(韓·美) 정상회담을 거치면서 외국 언론이 박 대통령을 철의 여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고 있다. 미국의 CBS 방송은 "박 대통령의 강한 스타일이 '아시아의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했다"고 했다. CNN, NBC방송도 이런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프랑스의 주간지인 '누벨 옵세르바퇴르'는 그에게 '철의 처녀(Vierge de Fer)'라는 별칭을 만들어
<이하원 정치부 차장> 줬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서는 잘 인식하지 못하지만, 박 대통령이 아시아에서 '상품성' 있는 여성 지도자로 부상중임을 시사한다. 국제사회에서 동아시아는 여전히 남성 정치인들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이런 곳에서 여성이 대통령에 당선(當選)된 것을 일종의 '사건'으로 국제사회는 보고 있다. 그가 개성공단 문제를 처리하면서 김정은 북한 정권의 협박에 흔들리지 않고 '단호한 리더십'을 보인 것은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국제사회가 그를 대처 총리에 비유해가며 부각시키는 배경에는 미·중 간의 세력 변화가 진행 중이며 상호 불신(不信)이 커지는 동북아시아의 특수성이 자리 잡고 있다.
중동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쌓여 있는 미국은 박 대통령이 리더십을 발휘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중국은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기고, 한반도를 미국과의 대치를 중화하는 완충지대로 만드는 방안을 강구 중이다.
이 같은 상황은 박 대통령에겐 다시 만나기 어려운 '외교적 기회(機會)'를 제공하고 있다.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의 표현대로 미국에서 중국으로의 세력전이(勢力轉移) 상황은 굉장히 위험하지만,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에 이어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 등의 망언으로 일본 정치권이 다른 나라의 신뢰를 잃는 것도 박 대통령의 역할을 주목하게 만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이 기회를 살려서 임기 후반부에도 '철의 여인'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서울 프로세스)'을 더 정교하게 다듬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임기 초반에 주목받은 데는 그의 외교정책보다는 김정은 북한 정권과 아베 일본 내각의 '무모한 도발'로 반사이익을 받은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한·미 관계를 고려해서 동북아 평화 협력 구상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평가에도 유의해야 한다.
하버드대에서 '대통령학'을 20년 넘게 가르쳐온 로저 포터 교수는 "미국의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의 절반을 외교정책에, 그 나머지는 경제정책에 쓴다"고 했다. 포터 교수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자서전을 분석한 결과 외교 분야에 대한 언급이 다른 분야에 비해서 최고 4~5배 많다고 했다.
한국은 미국보다 외교가 몇 배는 더 중요한 나라이다. 박 대통령이 보기 드문 외교적 기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대통령으로서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것은 물론, 그동안 강대국에 눌려 왔던 한국이 기지개를 켤 수 있을지를 결정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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