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 /김용화
비가 오는 날마다
할머니는
삼거리까지 마중을 나오셨다
세시차가 있고
다음은
다섯 시 반이었다
헌 우산은 쓰고
새 우산은 접고
세시차에 안 오면 다음 차가 올 때까지
비에 젖어,
해오라기처럼 서 계시었다
어느 추운 겨울에
엄마는 큰아들을 마중하러 나오셨습니다.
부평역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서 계셨지요.
조그만 여인이 추위에 떨다가
아들을 보자 활짝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저는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청량리에 있는 외삼촌의 양은그릇 공장에서 일했습니다.
뒷일 정리하고 청량리에서 전차로 서울역까지 가서
한 시간에 한 번 있는 경인선 열차를 타고 집에 가면
밤 9시가 넘었습니다.
추운 겨울에 저를 기다리는 엄마를 위해
공장 직원들과 함께 자고 주말에만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마중.
그리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
조금이라도 빨리 보려고 나가 기다리는 마중은
엄마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미 가을인데
가을비가 추적거리는 아침입니다.
2023.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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