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eetings(손님들에게)

환생(還生)

뚜르(Tours) 2023. 9. 6. 10:33

 

9월의 첫 꿈   /곽종철

 

한 번도 뵙지 못한 할아버지가

나타나 이르시기를

“흐르는 물은 길을 묻지 않는다.”

“길을 묻는 자는 길을 잃은 자다.”

가시다가 돌아서서 또 이르시기를

“길치를 따라가면 큰코다친다.”

“바로 무덤으로 가는 길이야.”

그러고는 안개처럼 사라지신다.

개꿈인가

자꾸 고개가 꺄우뚱거려지네.

 

 

지난 월요일

본당 산악회에서 은평둘레길을 걸어 진관사에 다녀왔습니다.

둘레길을 걸으며 진관근린공원을 살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조선시대 궁녀와 내시의 무덤이 세월의 무상함을 알려주고

장희빈의 영욕을 말해주는 역사의 길을 걸었습니다.

 

 

부처님은 자비(慈悲)와 해탈(解脫)을 말씀하시는데

사람은 부귀와 풍요를 빕니다.

수능시험을 위해 기도하러 온 분,

천연물감으로 염색공예를 하는 분,

우리처럼 관광을 하러 온 분들로 활기찬 사찰 모습이 좋았습니다.

 

산행의 기쁨 중에 하나가 식사하는 것이죠.

회원들이 가져온 막걸리, 과일, 쑥갯떡, 육포로 간식을 하고

그리고 큰 기대 없이 들어간 식당에서

놀라운 맛의 세계를 경험했습니다.

 

돼지갈비구이 정식에 후식 냉면이

저에게는 별천지의 맛을 선사해 줬습니다.

 

당뇨로 하루 세끼 귀리를 먹고 삽니다.

아침에는 오트밀, 점심에는 현미, 귀리, 콩으로 만든 밥

그리고 저녁에는 귀리빵 두 쪽이 저의 주식입니다.

노루궁둥이버섯 샐러드, 단호박 무침 두 접시를 저 혼자 독식을 했습니다.

4년 만에 맛보는 천상의 맛이었습니다.

그 식당에서 뽑은 냉면사리는 예술작품이었지요.

 

마주 앉아 돼지갈비를 구워주고 게걸스럽게 먹는 저를 위해

음식을 양보해 주신 에드몬드 형제님게 감사드립니다. 

 

음식맛에서 해탈했다고 자부했던 제가 다시 환생한 하루였습니다.

그 식당을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2023.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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