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잘 되어간다 / 이승훈
제자들과 함께 들린 인사동 어느 술집 그 집에도 멸치가 없었다 동우, 동옥, 경선, 지선 등등이 탁자에 둘러앉았다 멸치가 없군! 내가 말하자 동옥아 네가 사와! 동우가 시키자 동옥이가 말없이 일어나 나갔지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이상하군 동옥이가 강릉으로 간거 아니야? 아니 멸치 사러 순천으로 갔나? 내가 말했지 순천은 그의 고향이다 한참이나 지나 동옥이가 들어온다 동옥아 너 강릉까지 갔다 온 거야? 누군가 물었지만 그는 말없이 주머니에서 멸치를 한 주먹 꺼내놓는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을 꺼낸다 선생님 멸치 파는 가게가 없어 한참 헤매다 어느 술집에 들렀어요 그 집엔 멸치가 있다는 거야요 그래서 맥주 한 병과 멸치를 달라고 했죠 맥주만 마시고 돌아올 때 멸치를 주머니에 넣고 왔어요 모두들 하하하 즐겁게 웃던 밤
- 『이것은 시가 아니다』, 세계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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