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tinus' Opinion

[기자수첩] 브래드 피트도 100만불(弗) 내는데…/ 조선일보

뚜르(Tours) 2010. 1. 16. 07:23
[기자수첩] 브래드 피트도 100만불(弗) 내는데…
정우상·정치부

아이티 지진 참사 앞에 국제 사회는 망연자실할 여유도 없었다. 각국 정부는 물론 단체 및 개인들이 속속 십시일반(十匙一飯)의 마음으로 성금과 물품을 보내고 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는 지난 14일 모두 1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결정했고, 15일엔 의료진과 구호 인력을 중심으로 한 35명 규모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 긴급 구호대가 현지로 떠났다.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과거보다 발 빠른 대처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날 해외에서 들려온 구호 소식들은 세계 10위권 경제국가인 한국의 국제사회 기여도가 어느 수준인지 돌아보는 계기도 됐다.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와 앤젤리나 졸리 부부가 아이티 구호에 써달라며 우리 정부와 같은 액수인 100만달러를 내기로 했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도 100만달러를 기부키로 했다. 우리 정부 전체의 지원 규모와 할리우드 수퍼스타 부부의 기부금 액수가 100만달러로 동일하다. 비교 대상은 아니지만 미국은 1억달러, 인근 일본은 500만달러의 무상 자금지원과 3000만엔 상당의 구호물자를 보내기로 했다.

우리 정부의 100만달러 속에는 금전적 지원과 구호대의 활동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실제 지원 액수는 100만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고 한다. 해외 유명 연예인과 한국 정부의 지원규모가 같아진 것은, 정부의 인색함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인 한계 때문이다. 올해 정부가 '해외긴급구호 예산'으로 확보한 금액은 모두 95억원(약 800만달러)이다. 아이티 참사 같은 긴급 사태가 발생해도 95억원 범위 안에서만 지원이 가능하다.

작년 말 아수라장 국회 와중에도 지역구 예산으로 수십억~수백억원을 가져간 국회의원들에게 국제 원조는 한가하게 보일 수 있다. 지역구에 도로와 철도 같은 '인프라(토대)'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젠 대한민국 국격(國格)을 위한 '원조 인프라' 구축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

'Martinus' Opin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통하였느냐  (0) 2010.02.14
미생지신(尾生之信)   (0) 2010.02.10
진정한 웃음  (0) 2009.12.21
적을 만들지 마라  (0) 2009.08.31
좋아하는 일만 계속한다면  (0) 2009.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