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상식에 어긋난 부자들 치부 행위, 국민 지탄 쏟아져
사회적 책임·相生노력 안 하려면 자리서 내려와야…
서민 손 잡아주는 재벌·기업인 기대
- 이광회 산업부장
'돈이면 귀신에게 맷돌을 돌리게 할 수 있다(有錢能使鬼推磨)'는 중국 속담이 있다. 돈이 있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처럼 돈에 목을 매며 살아왔던 이들의 신세가 요즘 처량하다. 롯데그룹 신격호 창업주의 동생인 신준호씨 일가의 치부(致富) 행위에 지탄이 쏟아진다. 아들·딸·며느리·손자에게 수백억원대의 불로소득을 몰아준 얘기에 화가 나지 않는 이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내부 거래를 통해 동생 사업을 밀어주려다가 망신당하고 있는 한 유통 그룹 2세 얘기나 태광·오리온그룹처럼 법정과 구치소를 오가는 재벌 가족 얘기는 너무 흔하다. 무한(無限) 탐욕을 주제로 한 '돈과의 엇나간 로맨스 스토리'가 사라지는 날은 언제일까. 새 정부가 출범하는 날에 부자들의 돈 냄새가 유독 비릿하게 느껴지는 것은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이 큰 때문일 것이다.
요즘엔 '부자=행복한 사람'이란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시민 의식이 높아지고 부자에 대한 평가가 까다로워진 탓이다. 부자는 그래서 '행복한 부자'와 '행복하지 않은 부자'로 나뉜다. 행복한 부자는 회사 경영을 책임지면서 안팎으로부터 능력을 인정받는 경우다. 세금 문제에서 자유롭고, 실정법도 잘 지키고, 사회적 책임과 상생(相生)에도 남다르다. 참 기업인, 착한 그룹 총수라고 박수받는 이들이다.
반대의 경우는 어떤가. 성공한 부모로부터 부(富)를 물려받았지만 사업을 감당할 능력이 없고 우왕좌왕한다면 스스로도 행복하다고 못 느낄 것이다. 산업화 착수 이후 수십년간 형편없는 자질에도 똑똑한 참모들에 의해 포장돼 제왕적 권력을 휘둘러 온 재벌이 참 많았다. 하지만 국민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이젠 법과 상식을 무시하다가는 불행을 각오해야 한다.
벤처 기업가 중에는 책임은 안 지고 대주주의 권한은 100% 행사하는 기회주의 면피(免避)족이 많다. '이사회 의장'이라는 명함을 들고 다니는 부류이다. 교묘히 법을 피해가며 '사회를 속이고 정의(正義)를 이길 수 있다'고 믿는 그런 부자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 포털 등 IT업계나 증시에서 대박을 치는 연예 기획사 대주주들 머릿속에 또 다른 형태의 무한 탐욕이 똬리 틀고 있지나 않은지 우려스럽다.
높아진 국민 의식만큼 사회 정의가 더 강조될 것이라는 건 이제 거역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당연히 기업인과 재벌에 몇몇 질문이 지속적으로 던져질 것이다. '자신을 걸고 책임 경영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대주주로서 배당만 받고 경영권은 전문경영인에게 위임할 것인가.' '법과 정의를 무시하고 돈에 목을 맬 것인가, 아니면 기업가 정신으로 되돌아가 정정당당한 사업보국(事業報國)을 일굴 것인가.'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재벌이나 기업인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된다. "부자들 자신이 불행하다면 다른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들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행복의 정복')라는 버트런드 러셀의 말이나 '모든 집착을 내려놓으라(放下着)'는 중국 조주(趙州)선사의 당부를 새길 필요가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나라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 10대는 입시 지옥에, 20대는 취업에, 30대는 육아·보육·내 집 마련에, 40·50대는 가족 부양과 실업 공포에, 60·70대는 불안한 노후 생활에 많은 인생이 찌들어 있다. 하지만 희망과 기대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법과 상식으로부터 당당하고 능력 있는 행복한 부자·기업인·재벌이 삶의 무게에 마냥 찌든 서민·소비자·중소기업의 손을 잡아 주고 어깨를 토닥거리며 함께 멀리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그런 기대감 말이다. 앞으로 5년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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