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조기연 마르티노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
제가 부를 수 있는 몇 안 되는 노래 중의 하나인 노사연의 노래 ‘만남’의 첫 구절입니다.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죽는 순간까지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면서 크고 작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삶의 여정 중에 만나는 사람이나 사건을 통해 우리의 행복과 불행이 정해지기도 합니다. 만남과 헤어짐이 바로 인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인생에 중요한 만남이 우연일 수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의 삶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의 섭리를 생각한다면 우리의 모든 만남은 필연적으로 여겨집니다. 비록 고통스러운 만남일지라도 그 고통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올바른 길을 걸으며 성숙한 삶을 살아가게 되니 이 모든 것이 절대자의 뜻으로 이루어지는 만남입니다. 성서 속에서 예수님과의 만남을 통해 구원에 이르는 니코데모,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 세관장 자캐오를 묵상해 봅니다.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고, 무지에서 깨달음을 얻고, 수치심과 죄의식의 삶이 구원된 삶으로 변화되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모두 하느님의 섭리로 이루어진 만남에서 오는 은총인 것입니다.
반포성당에서의 지나간 신앙생활을 뒤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만남이 이루어졌고, 그 만남을 통하여 봉사자로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봉사자의 삶을 살아가도록 저를 인도해 주신 김학순 요한 회장님과의 만남, 최병원 요한 회장님과 성령기도회 봉사자들과의 만남 ……. 김학순 요한 회장님과의 만남으로 ‘반포 본당 25년사’ 편집에 참여하는 기회가 주어졌고, 그분의 권유로 성령세미나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00년 대희년부터 봉사생활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이런 천사들과의 만남이었습니다.
성령기도회에서 봉사함은 저에게 주신 큰 은총이었습니다. 고통 중에 있는 교우들과의 만남을 통해 제 자신을 낮추고 제 삶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도 하느님과의 만남을 갈망하며 기도하는 그분들 앞에서 저는 그분들과 함께 밤새워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11월 19일, 우연히 서울대교구해외선교후원회 미사에 참석한 뒤, 자신이 살던 무허가 판잣집 보상금 7천만 원을 해외파견 사제들을 위해 선뜻 봉헌하는 가난한 자매님과의 만남에서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합니다.
이제 주님께서 저에게 새로운 만남을 원하시고 계십니다. 부족한 저를 반포 본당 사목위원회 총회장으로 불러 주셨습니다.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반포 본당의 훌륭하신 교우들과의 만남은 저에게 어떤 열매를 맺게 해 주실 것인지 사뭇 설렙니다. 만남은 늘 그렇듯이 우연이 아니며 완전한 타자의 계획에 따라 그분 안에서 이루어지니, 노사연의 ‘만남’을 흥얼거리며 당당하게 그 만남을 기다립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 그분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이 글은 반포성당 '그리스도 왕' 소식지(2012년 12월 vol.20)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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