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 안상학세상 살기 힘든 날비조차 사람 마음 긁는 날강가에 나가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 보면저렇게 살아 갈 수 없을까저렇게 살다 갈 수 없을까이 땅에 젖어들지 않고젖어들어 음습한 삶내에 찌들지 않고흔적도 없이 강물에 젖어흘러 가버렸으면 좋지 않을까저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처럼이 땅에 한 번 스미지도뿌리 내리지도 않고무심히 강물과 몸 섞으며그저 흘러흘러 갔으면 좋지 않을까비조차 마음 부러운 날세상 살기 참 힘들다 생각한 날강가에 나가 나는- 안상학,『오래된 엽서』(천년의시작,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