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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8일, 오늘의 묵상(부활 제5주일)

뚜르(Tours) 2014. 5. 18. 08:35

 

    오늘의 전례(부활 제5주일) 오늘은 부활 제5주일입니다. 주님께서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십니다. 세상 의 어떤 유혹과 어려움 속에서도 주님의 길을 굳건히 따를 용기와 지혜를 청해 야겠습니다. 또한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을 맞아 민주주의를 위하여 자신을 바친 모든 이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억하며, 그 고귀한 희생이 우리 사회에서 정의와 평화와 화해로 열매 맺을 수 있기를 함께 기도해야겠습니다. 말씀의 초대 교회 공동체가 커지자 사도들은 공동체 안에서 봉사할 사람 일곱을 뽑는다. 그들은 모두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하였다. 이제 하느님의 말씀이 더욱 자라나면서 예루살렘 공동체가 점점 성장한다(제1독서). 교회의 기초와 사명에 대한 가르침이다. 주님께서는 살아 있는 돌이시다. 신앙인들도 살아 있 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 데 쓰이도록 해야 하며, 하느님 마음에 드는 제물을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거룩한 사제단이 되어야 한다(제2독서). 예수님께 서는 제자들을 떠나시기에 앞서 그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하신다. 그리 고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당신을 통해서만 하느님 아버지께 갈 수 있으며, 당신께서 아버지 안에 계시고 아버지께서 당신 안에 계시다고 선언하신다 (복음). 제1독서 그 무렵 제자들이 점점 늘어나자, 그리스계 유다인들이 히브리계 유다인들에 게 불평을 터뜨리게 되었다. 그들의 과부들이 매일 배급을 받을 때에 홀대를 받 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두 사도가 제자들의 공동체를 불러 모아 말하였다. "우리가 하느님 의 말씀을 제쳐 놓고 식탁 봉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형제 여러분, 여러분 가운데에서 평판이 좋고 성령과 지혜가 충만한 사람 일곱을 찾 아내십시오. 그들에게 이 직무를 맡기고, 우리는 기도와 말씀 봉사에만 전념하 겠습니다." 이 말에 온 공동체가 동의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믿음과 성령이 충만한 사 람인 스테파노, 그리고 필리포스, 프로코로스, 니카노르, 티몬, 파르메나스, 또 유다교로 개종한 안티오키아 출신 니콜라오스를 뽑아, 사도들 앞에 세웠다. 사도들은 기도하고 그들에게 안수하였다. 하느님의 말씀이 더욱 자라나, 예루살렘 제자들의 수가 크게 늘어나고 사제 들의 큰 무리도 믿음을 받아들였다.(사도 6,1-7) 제2독서 사랑하는 여러분, 주님께 나아가십시오. 그분은 살아 있는 돌이십니다. 사람 들에게는 버림을 받았지만 하느님께서는 선택된 값진 돌이십니다. 여러분도 살아 있는 돌로서 영적 집을 짓는 데에 쓰이도록 하십시오. 그리하여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 제물을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바치는 거룩한 사제단이 되 십시오. 그래서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보라, 내가 시온에 돌을 놓는다. 선택 된 값진 모퉁잇돌이다. 이 돌을 믿는 이는 부끄러운 일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믿는 여러분에게는 이 돌이 값진 것입니다. 그러나 믿지 않는 이들 에게는 "집 짓는 이들이 내버린 돌 그돌이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네." 하는 그 돌이며, 또한 "차여 넘어지게 하는 돌과 걸려 비틀거리게 하는 바위"입니다. 그들은 정해진 대로, 말씀에 순종하지 않아 그 돌에 차여 넘어집니다. 그러나 여러분은 "선택된 겨레고 임금의 사제단이며 거룩한 민족이고 그분 의 소유가 된 백성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여러분을 어둠에서 불러내어 당신의 놀라운 빛 속으로 이끌어 주신 분의 "위업을 선포하게 되었습니다." (1베드 2,4-9) 복음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하느님을 믿고 또 나를 믿어라. 내 아버지의 집에는 거처할 곳이 많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희를 위하여 자리 를 마련하러 간다고 말하였겠느냐? 내가 가서 너희를 위하여 자리를 마련하면, 다시 와서 너희를 데려다가 내가 있는 곳에 너희도 같이 있게 하겠다. 너희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그 길을 알고 있다." 그러자 토마스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주님, 저희는 주님께서 어디로 가시는 지 알지도 못하는데, 어떻게 그 길을 알 수 있겠습니까?"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 너희가 나를 알게 되었으니 내 아버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 너희는 그분을 아는 것이고, 또 그분을 이미 뵌 것이 다." 필립보가 예수님께, "주님,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저희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하겠습니다." 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필립보야, 내가 이토록 오랫동안 너희와 함께 지냈는데도, 너는 나를 모른 다는 말이냐?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저희가 아버지를 뵙게 해 주십시오.' 하느냐?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 께서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너는 믿지 않느냐? 내가 너희에게 하는 말은 나 스스로 하는 말이 아니다. 내 안에 머무르시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일을 하시는 것이다. 내가 아버지 안에 있고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다고 한 말을 믿어라. 믿지 못하겠거든 이 일들을 보아서라도 믿어라.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나를 믿는 사람은 내가 하는 일을 할 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도 하게 될 것이다. 내가 아버지께 가기 때문이다." (요한 14,1-12) 오늘의 묵상 몇 달 전 벗들과 처음으로 대만을 여행하였습니다. 관광지 가운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이 '지우펀'이라는 옛 광산 마을입니다. 바다가 멋지게 내려다 보이는 높은 지대에 옛 골목과 집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서 풍치가 그윽한 곳입 니다. 전통 찻집에서 좋은 사람들과 우롱차를 마시며 창밖으로 바라본, 막 해 가 질 무렵의 바다 경치는 절경이었습니다. 또한 어둑어둑 땅거미가 내리면서 등이 하나씩 켜지는 골목길은 낭만적이면서도 정취가 배어 있었습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지우펀에 가고 싶었던 것은 대만의 역사 영화 '비정성시'(悲 情城市)의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제주 4·3 사건'이나 '5·18 민주 화 운동'의 비극과도 비교되는 대만의 '2·28 사태'를 주제로 한 이 영화를 1990 년 극장에서 본 기억이 매우 큰 체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지우펀 마을은, 시대의 폭력으로 고통 받고 희생되었으나 이제 숭고한 희생자로 기억 되는 사람들의 삶의 자리였습니다. 지금 그곳은 아름다운 관광지로, 느긋한 분위기의 차 한 잔이 어울리고 젊은 이들의 즐거운 수다가 골목을 채우는 곳입니다. 그래도 가끔은 여기 저기서 '비 정성시'란 현판을 보기도 합니다. 때가 차서 지난날의 비극의 흔적이 현재의 행복에 자리를 내놓는 것은 순리 일 것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비극을 망각하고 왜곡하는 것이 지금 행복을 가져 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일 것입니다. 기억의 맥박을 잃지 않는 것이 오히려 희생의 자리에서 생명과 번영을 길어 낼 수 있는 길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기억하는 것이 폭력의 악순환이 아니라 화해와 평화의 열매를 맺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1980년의 광주를 민족의 십자가로 기억하는 것은 옳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기억만이 화해와 생명을 가능하게 합니다. 기억하지 않는다고 비극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폭력이 순환할 수 있는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 오랜만 에 김준태 시인의 '아 광주여! 민족의 십자가여!'의 한 대목을 떠올리며 민족의 십자가 광주를 기억합니다. "아아 광주여 무등산이여/ 죽음과 죽음 뚫고/ 백의의 옷자락을 펄럭이는/ 우리들의 영원한 청춘의 도시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불사조여!/ 이 나라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타 언덕을 다시 넘어오는/ 이 나라의 하느님 아들이여." (매일미사에서 옮겨 옴) ----------------------------------------------------------------- 오늘의 기도 "아버지, 저희 스승이며 구세주이신 그리스도께서 사람들에게는 버림을 받았으나, 아버지께는 살아 있는 값진 돌로 선택되셨으니, 저희도 성자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임금의 사제단, 거룩한 민족, 주님 영광의 성전이 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아멘!" 2014. 5. 18. Martin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