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것 /신달자한 아주머니가 긴 복도 저쪽에서긴 막대 걸레를 쑥쑥 밀고 온다한 손으로 핸드폰을 받고 입으로 껌을 딱딱 씹으며발로는 이것저것 장애물을 치우며 가끔 웃고 때로는 무표정하게무조건 밀고 들어오는 탱크처럼 그 막대 걸레 아줌마 먼지를 털고쓰레기를 밀고 밀고 밀고 내 어깨 옆을 쑤욱 지나가는 그 순간개울 지나가고 강 지나가고 바다 지나가고봄 여름 가을 겨울 지나가고한 무리 새 떼가 지나가고 한 무리 태풍이 지나가고탄생과 죽음이 지나가고 지나가고 지나가고화들짝 꽃들이 와르르 피고 주르룩 꽃들이 떨어지며 지나가고걸레 아래서 무참히 지워지는 더러운 무늬들무작위로 쳐들어오는 광고지 같은 소식들 뭉개지고한 문장으로 말할 수 없어 더듬거리는 입술 터지고거기 내가 잃어버린 시계 초침 하나 어디론가 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