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유월 /돌샘 이길옥
고향의 유월은
은밀한 연애로 뭉개진
보리밭 한쪽 귀퉁이에다
까칠한 햇볕을 널면서 시작되었다.
싱싱하고 풋풋한 철부지들의
불장난으로 뭉개진 곳이든지
黑心에 중독된
외간 남녀의 뜨거운 불길에
수난을 당한 곳이든지
고향의 보리밭은
해마다 만신창이 되어
소문의 비밀을 감춘 채
파삭파삭 익어가고 있었다.
보따리를 싸거나
야반도주를 공모한
유월의 보리밭은
고향의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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