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 편의 詩

6월에 띄우는 엽서 /오선 이민숙

뚜르(Tours) 2024. 6. 14. 18:42

 

 

6월에 띄우는 엽서   /오선 이민숙

 

 

한 생 중턱쯤 걸터앉은 당신

그대 중년이여 절반의 책임으로

앞도 보고 뒤도 돌아보아야 합니다

 

실패한 인생이라고 누가 그랬나요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은 당신입니다

 

성공한 인생이라고 했던가요

너무 일찍 축배의 잔을

높이 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대 실망하지 말아요

그대 샴페인을 터뜨리지 말아요

그저 절반의 책임과 임무를

완성했을 뿐입니다

 

벌레들이 푸른 잎맥을 갉아먹어도

잎잎이 단풍으로 물들 때까지

푸르른 마음 한결같아야 하고

더 센 폭풍에도 뿌리를 지켜야 합니다

 

단비를 받아 어린 나무를 살 찌우고

질풍노도 속에 힘 잃은 나무도

두 팔로 끌어 앉아 수액을 나누며

탐스러운 열매가 맺힐 때까지

잡고 있는 젖줄을 놓아서는 안됩니다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푸른 힘이 넘치는 중년의 나이

6월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