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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남편은 아내보다 일찍 세상을 떠날까?

뚜르(Tours) 2024. 12. 19. 20:42

 

은퇴한 중년-노년 남편들도 30세 미만 부부(가사 분담 56.4%)처럼 집안일에 적극 나서야 한다. 아내를 위하고 본인의 건강을 위한 길이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한 달에 1~2번 8명이 모이는데, 이제 모두 혼자가 됐어요”

 

80대 중반의 동네 어르신(여성)이 최근 또래 친구의 남편이 세상을 떠났다며 이제 8명 모두가 홀몸(홑몸)이라고 했다. 친구들 일부는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있지만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고 했다. 최근까지 남편이 생존했던 친구는 모임 때마다 “밥 해줘야 한다”며 먼저 귀가하곤 했다. 노년에 혼자 사는 할머니들은 익숙한 풍경이다.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건강을 챙기며 혼자서 집안일을 다한다. 가장 두려운 치매 예방을 위해 매일 일기도 쓰는 분들도 있다.

 

여성이 더 오래 살지만... 남녀 수명 격차 점차 줄고 있어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 통계청의 자료(2023년 12월 발표)에서도 확인된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85.6년으로 남성(79.9년)보다 5.8년을 더 산다. 특정 나이까지 생존할 확률은 전 연령대에서 여자가 더 높다. 향후 8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여성은 80.2%였지만, 남성은 61.1%에 불과했다. 100세까지 생존할 확률은 남자가 0.7%, 여자가 3.1%였다.

 

남녀 간의 기대수명 격차는 점차 줄고 있다. 2022년 발표에선 6.0년이었지만 2023년에는 0.2년 감소해 5.8년이었다. 수명 격차는 1970년 7.1년에서 1985년 8.6년까지 벌어졌다가 이후 줄어드는 추세다. 남녀의 수명 차이는 성염색체, 위험한 행동, 생물학적 요인, 성호르몬 등 다양한 요인이 관여한다. 특히 남성은 음주-흡연 등 건강에 나쁜 습관을 더 갖고 있다. 남녀 수명 격차가 좁혀지는 이유는 금연, 술 절제 등 건강을 챙기는 남성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50대까지는 남자가 더 많지만... 60대부터 역전

 

우리나라 인구는 50대까지는 남자가 더 많지만 60대부터 역전된다. 60대 성비가 96.9, 70대 71.9 등 나이가 많을수록 남자 수가 줄어든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통계 기준(2024년 6월)에 따르면 60대 인구는 남자 330만여 명, 여자 392만여 명으로 남녀 인구 수가 역전된 후 70세 이상은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다. 남자 268만여 명, 여자 373만여 명이다.

 

남자에서 암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남자는 10만명 당 596.7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지만 여자는 489.5명으로 훨씬 적었다. 국가암정보센터(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암 발생에서 남녀 차이가 있는 이유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남자는 흡연, 음주, 비만 등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에 더 많이 노출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건강수명의 최대 고비 갱년기... 여성의 몸이 변하는 이유?

 

여성은 갱년기라는 큰 변화를 겪는다. 남성도 갱년기가 있지만 여성에 비해 증상이 약하다. 핏속에서 콜레스테롤-중성지방이 많아지는 고지혈증(이상지질혈증)을 예로 들어보자. 여성은 폐경기 전에는 남성보다 유병률이 낮지만, 나이가 들면서 유병률도 증가해 폐경 이후 유병률은 남성과 비슷하다(2022년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자료).

 

30~40대는 남성의 총 콜레스테롤 농도가 더 높지만, 50대 중반 이후에는 오히려 여성의 총 콜레스테롤 농도가 더 높다. 중성지방 역시 남성은 40~60세에 높지만 60세 이후에 서서히 감소한다. 반면에 여성은 30대까지 매우 낮으나 40대 중반 이후에 증가하기 시작, 60대 이후에는 오히려 여성의 중성지방 농도가 약간 더 높다. 고혈압도 60대 중반이 넘으면 여성 환자가 더 많다.

 

여성에서 50세 전후 콜레스테롤-중성지방이 증가하는 이유는 폐경에 의한 호르몬 변화 때문으로 추정된다(질병관리청 자료). 젊을 때까지 혈관 보호에 관여했던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이 점차 사라지면서 혈액-혈관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것이다. 이로 인해 갱년기 이후 여성은 심장병, 뇌졸중(뇌경색-뇌출혈)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뇌졸중은 생명을 건져도 몸의 마비, 언어 문제 등 후유증이 남아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지면 생명을 위협하는 골다공증도 대표적인 갱년기 후유증이다.

 

남녀의 건강악화 원인은?...여성은 어쩔 수 없는 호르몬의 변화 영향

 

남성 건강을 위협하는 술-담배, 위험한 행동 등은 본인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반면에 여성은 어쩔 수 없는 호르몬의 변화 때문에 건강악화를 겪는다. 이와함께 갱년기라는 건강 악재를 슬기롭게 넘기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음식을 조심하고 걷기 등 신체활동도 늘린다. 본인이 갱년기로 고생하기 때문에 건강정보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하지만 남성은 갱년기 증상도 약하고 여성에 비해 건강정보에 대한 관심이 낮은 것 같다. 일부의 사례지만 기자의 건강기사 구독자 3만6천여 명 중 여성 비율이 74%로 압도적이다. 특히 50~60대 여성비율이 70%나 된다.

 

WHO, 가사도 훌륭한 신체활동...몸 움직이지 않으면 노쇠 빨라져

 

앞에서 사례로 든 80대 여성 노인들 가운데 한 명은 남편의 식사를 챙기기 위해 모임 중 일찍 가는 날이 많았다고 한다. 그 남편은 간단한 식사 준비도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니 안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집안 일을 돕지 않는 오랜 가부장적 생활습관이 몸에 배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몸을 움직이는 가사도 건강에 좋은 휼륭한 신체활동이라고 강조한다. 편하다고 집에서 꼼짝도 안 하면 오히려 본인의 건강수명을 단축할 수 있다.

 

30대 젊은 맞벌이 남편들은 가사 분담을 실천하는 경우가 많다. 나이 들어도 몸을 자주 움직여야 한다. 움직이지 않으면 노쇠가 빨라진다. 중년 남성들도 음식 조절, 신체활동을 더 열심히 하면 건강수명(건강하게 장수)에 큰 도움이 된다. 집에서 청소를 도맡아 하면 아내를 기쁘게 하고 운동도 하는 일석이조의 건강효과를 거둘 수 있다. 건강에 관심을 쏟는 만큼 몸이 건강해진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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