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대 /한이로방 안에서 우리는창밖으로 보이는 풀밭 위에 앉았다누런 풀들이 새파란 듯일 년 만이네요듬쑥 손을 잡는데그녀의 황톳빛 손가락이 부스러지고나의 손바닥엔 오래된 풀물이 들었다티브이에서 꽃이 피고벽지에는 나비가 날았다찻물을 안치려는 그녀의 바짓단에서 슬쩍 따낸고드름에서눈물 냄새가 났다내가 몰래 먹물 탄 커피를 마시며 그녀가 말했다이제 또 한 해가 저무는구나그녀의 주름이 그녀의 시간처럼 촘촘했다내가 다시 일어나 불 위에 물을 얹었다국수 좀 드시겠어요?비닐봉지에서 살며시 고무줄 한 줌을 꺼내며고개 돌려 물었다국물이 식어 가는 동안벽면에 고여 있던 바람이 자꾸만 흘러내려눈보라처럼꽃잎이 방 안 가득 흩날렸다우리는 일어나 문 앞에 마주 섰다그녀의 좁은 어깨가 거의 다 허물어져 있었다그녀를 ..